(채권/전망)-막연했던 공포감 희석과 사우디 리더십 - Reuters News

서울, 10월1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 여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금리 레인지의 영점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금리 낙폭이 컸던 만큼 장중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확실히 뭔가를 바꾼 듯한 느낌이다.

수급 공백 우려로 흔들리고 있던 미국 국채시장이 지지되면서 '시장의 어딘가가 깨질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오히려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의 우려는 단순했다. 미국 국채를 사줄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분위기를 되돌릴 만한 경기지표는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정학적 우려가 경기지표를 대신하면서 국채시장에 숨통을 터줬다는 것이다.

전쟁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면서 표면적으로 물가 지표의 영향력은 오히려 축소되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5% 상승해 전망치 0.3%를 상회했는데 이 발표 이후에도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9월 소비자물가(CPI)라는 중대한 시험대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의 신중 행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지난 9월 19~20일 FOMC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향후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하고 향후 경제의 경로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록 공개 이후 CME 그룹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0월 31일~11월 1일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10%도 미치지 못했다.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26% 수준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건 국제유가의 움직임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48달러(2.88%) 하락한 배럴당 83.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2.16달러(2.46%) 떨어진 배럴당 85.49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전쟁 직전 국제유가 상승도 수급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인위적 공급 제한 때문이었음을 기억하자.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큰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원유시장의 안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게 유가를 오히려 하향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유가가 갑작스럽게 하향세를 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 공급 제한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오며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 했지만 하락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국내 시장참가자들은 일단 미국 국채 패닉 셀링에 대한 공포감에선 벗어나는 모습이다. 지급준비금 마감을 앞두고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된 것도 최근 시장 안정에 일조했다.

전반적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의 재연 우려가 다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작년같은 셀오프 장이 재도래하지만 않는다면 11월부터는 내년 포지셔닝에 힘입어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질 수 있는 시점이다.

관건은 시장이 다음달 초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얼마나 순조롭게 넘어갈 것이냐일 듯하다.

물론 이 기간 중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

지금 장세의 문제는 금리의 상하단과 관련해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3년물 4% 위에서 사는 건 큰 부담이 없었다고 해도 금리가 3%대로 떨어진 이후부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돌다리를 두드리며 금리 하단을 찾아가는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상하방 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