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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한은 총재 발언 온도차와 환율 레벨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4.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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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월1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발언 여파로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금리가 올라올 때마다 포지션을 채우는 기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장중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3개월 금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기조 전환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전날 발언에는 허점이 많다. 1년물이면 몰라도 3개월물 금리가 무슨 통화정책 기대를 반영하느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일단 이 총재와 5명의 금통위원들이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해 경고했다는 건 드러난 팩트다.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 2분기 물가상승률의 3% 안착 가능성, 대내외 금융불안을 감안해 이 총재가 도비시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했던 시장참가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국내 통화당국자들이 금리인하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당장 금리인상이 끝나지 않은 미국에선 정책결정자들이 금리인하 언급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은행 부분 스트레스 여파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올바른 통화접근 방식은 신중함과 인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난 3월 연준 전망을 지지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 실질금리나 인플레이션 조정 금리가 오르는 만큼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경제가 더 둔화하지 않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같은 발언은 이 총재가 지난 1월에 보여줬던 스탠스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월로 돌아가 보면 지금처럼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역전이 강하게 나타나는 시점에서도 이 총재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총재는 금리역전이 시장의 경기둔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런 스탠스는 상당 기간 이어졌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이 총재나 금통위원들이 수세적으로 나오도록 유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재료는 환율이다.

1월 금통위 회의때는 1250원 밑으로 급전직하했던 환율을 보고 통화정책 결정을 했던 금통위원들이 이번엔 1320원 안팎의 환율을 안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 총재가 환율 레벨을 보고 금리 결정을 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이 정도 환율 레벨을 무시하고 가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5월에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긴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금통위의 스탠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통위원들 입장에선 현재 환율이 상당히 중대한 분기점에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환율이 일단 1200원대로 충분히 내려가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듯하다.

혼란스러운 건 환율이다. 주식과 채권 쪽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고 재정거래도 최근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원화자산 전반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향후 채권금리 레인지 하단을 뚫을 가장 중요한 파도가 환율 쪽에서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가시화된다고 해도 대내외 신용불안과 맞물리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기관들은 현재의 신중한 포지셔닝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