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10월ㆍ11월 연속 빅스텝' 극단 시나리오까지...무너지는 원화채 시장 - Reuters News
-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후 상승폭을 키워가면서 원화 채권시장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무차별적인 달러 강세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역환율전쟁' 가속화 속에 모든 통화정책 이슈가 매몰되면서 금리 '영점'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와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제시됐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렸다는 인식 속에 기준금리 대비 적정 시장금리 스프레드 탐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한은 집행부가 10월 빅 스텝(50bp)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 확인된 가운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11월에도 추가 빅 스텝이 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45분 현재 3년 국채 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67틱 하락한 101.130, 10년 선물은 125틱 내린 105.570에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bp 이상 급등하면서 4.4%를 넘어섰지만 이렇다 할 매수 세력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25원 가까이 폭등하며 1430원대 중반까지 치솟자 모든 재료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혹시라도 외환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을 우려한 한은이 채권시장 안정책도 적극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렇다 할 분위기 반전 시도조차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평가한다.
A 국내 은행 스왑 딜러는 "지금은 그저 시스템 붕괴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일단 시스템이 흔들리면 그걸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들 거기까지 가기 전에 결판이 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장의 결은 숏인데 그렇다고 마냥 숏은 아니다"라며 "여기서 갑자기 통화스왑이 발표되든 뭐가 나오든 4.4%에서 4%까지 빠져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체제에 들어간 곳들이 많아 가격만 보고 포지션을 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금리가 오버슈팅하고 있다는 인식에도 이렇다 할 매수 포지션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다.
B 국내 은행 운용팀장은 "은행 정책상 연초에 리스크 요인을 감안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硫?플랜을 다 짜놨을 것"이라며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사실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으로 봐야 하며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모든 은행의 최대 관심은 트레이딩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비율"이라며 "시장의 자율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임계점은 지나간 듯하다"고 말했다.
통화 당국자들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상승세를 막기 위해 10월뿐 아니라 11월까지 금융통화위원회가 빅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과도한 전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시점에서 어떤 평가도 유보하겠다는 딜러들이 적지 않다.
통화 당국이 달러/원 환율 상승세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원화 조달 시장이 심각한 교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C 국내 은행 자금부장은 "환율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은행들의 거시건전성비율이 박살나고 있다"며 "외화 대출 포지션이 큰 곳들은 당장 비율 조정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환율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우리도 단기간에 100bp는 올려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안 되니 연속 빅 스텝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 은행채도 겨우 발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금리가 오르면 캐피탈채, 회사채 쪽에서 사달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최근의 달러/원 환율 상승에 채권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책을 통해 일단 환율 상승세가 멈추면 채권금리도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D 외국계 은행 트레이딩 헤드는 "지금 워낙 분위기가 흉흉하다 보니 다들 달러 결제를 래깅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당장 실질적으로 보이는 게 없으니까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은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로 물량이 보이기 시작하면 환율과 금리 모두 안정화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의 위기는 글로벌 현상이지 한국의 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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