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 여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미국 국채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고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이 큰 만큼 장 후반으로 갈수록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국채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23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전에 5% 이상으로 상승했다가 급락해 4.8%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증가를 이유로 장기 국채 숏포지션을 커버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애크먼 회장은 지난 8월 '장기 인플레이션 상승'을 근거로 들며 미국 장기국채 약세에 대한 베팅 입장을 처음 공개했다. 이후 미국 국채 장기금리가 폭등하면서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크먼 회장은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숏커버를 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타깃 레벨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뚫고 추가로 상승했다면 시장의 불안심리는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장 수급발 불안을 해소할 타개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빅 피겨' 붕괴시 시장 심리는 더욱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애크먼이 패닉을 막았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현재 미국 국채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25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이 헤지펀드 수장의 말 한마디에 춤을 추는 게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영향력이 축소된 국채전문딜러들의 후퇴와 함께 중국, 일본 등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주춤해지자 이 거대한 지출 기계에 현금을 공급해줄 수요처가 보이지 않게 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신뢰에 오히려 흠집을 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연방준비제도의 지원 없이 과연 이 기관차가 얼마나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로 예고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논란이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신뢰 유지에 큰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다만 국내만 돌아보면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이어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은 가계부채 대응책을 내놓으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날도 가계부채가 계속 줄어들지 않으면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총재의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 가계부채를 걱정할 때인가라는 의문이 솔직히 들긴 한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 고정금리 대출이 워낙 많다 보니 차주가 이사만 가지 않으면 고금리 태풍을 피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리파이낸싱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고 시점의 문제일 뿐 불가피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더 빨리, 더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당장은 미국 금리 때문에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큰 전환점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일단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리스크를 최대한 관리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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