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lipping◆

(초점)-한은, 자금줄 너무 조였나(?)..CD금리 3.70% 돌파속 커지는 불안감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5. 24. 10:55
반응형

서울, 5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국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단기간에 30bp 가까이 급등하며 채권시장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단기금리 과도' 경고 발언 이후 이어진 일련의 자금흡수 조치와 시중은행들의 깐깐해진 지급준비금 운용, 은행채 차환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압박 등이 연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로 갈수록 은행들의 유동성 비율 제고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업장 처리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단기금리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시장참가자들의 경계감도 커질 전망이다.



▲CD금리가 3.70% 돌파..한은 유동성 조이자 단기금리 급등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CD 종가금리는 전날보다 2bp 상승한 3.70%에 고시됐다. 지난달 12일 3.43%까지 떨어졌던 CD금리는 불과 한 달여 만에 27bp 급등했다.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가 단기금리 하락에 대해 경고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던 CD금리는 한은 실무진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면서 상승 반전했다.

한은은 5월 통안채 3개월 발행량을 전달보다 3조원이나 늘리고 4일과 11일엔 비정례로 28일물 통안채를 발행하며 은행권에 지준 관리를 신중하게 해 달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갑작스러운 한은의 스탠스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달이 났다.

지난주 지준마감일이 다가오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두 개 은행이 급하게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자금 운용에 구멍이 났음이 드러났고 조달 금리는 크게 치솟았다.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주로 매수를 담당하는 은행이 지준 마감을 앞두고 적수 관리에 치중하는 사이 RP 시장의 수급에도 불균형이 나타났다. 지준마감일에 국고채 기준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는 4.005%, 회사채 RP 금리는 4.05%였지만 장중 일부 증권사가 6.6%에 자금을 조달하는 등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준 새반월이 열리며 RP금리가 하향 안정화됐지만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지준 대란 직후인 18일에도 한은이 28일물 비정례 통안채 발행을 통해 또 한 번 자금 흡수에 나서자 충격을 받은 은행들이 여전히 차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지준 시장의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시중 전반의 자금 운용도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단기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은행권 채권 발행 확대..단기자금시장 안정적 운용 필요성 지적

또 하나의 변수는 은행채 만기다. 5월에만 23조1300억원, 6월 20조5700억원의 은행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이 차환 발행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의 자체 관리 주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은행채 발행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바젤은행감독위원회(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BCBS) 내부에서 한국의 은행 유동성 규제 완화 장기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정상화 로드맵 발표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은행채 발행에 나서며 최근 AA 1년 은행채 금리가 3.8%까지 올라오자 CD금리도 끌려 올라오고 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다만 부동산 등 국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자금시장의 혼란이 반복될 경우 향후 신용 이벤트 발생시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지적이다.

A은행 자금관계자는 "한은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지준 관리를 타이트하게 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은행들이 LCR 정상화에 대비하는 게 겹치면서 단기물이든 크레딧물이든 금리가 다소 과하게 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지난주 지준 마감 이후 통안채 28일물 모집에 나섰는데 거기서부턴 좀 과했던 것 같다"며 "금리가 너무 올라왔으면 좀 풀어주고 시작해도 됐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나오면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은행 자금관계자는 "CD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15bp 정도면 정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20bp를 넘어서면 한은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지금 LCR 인상에 대비해 은행들이 은행채를 많이 찍고 있는데 이걸 감안했다면 한은이 지준을 좀 더 여유있게 운용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기 차환 물량 대비 125% 제한이 있어서 은행들의 채권 발행에는 한계가 있고 10월부터는 그나마 만기도 거의 돌아오는 게 없다"며 "이렇게 되면 CD를 더 찍거나 예금을 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C국내은행 스왑딜러는 "은행채 발행이 이어지다 보니 당장 CD금리 상승세가 멈출 것 같지는 않다"며 "최근 RP금리 상승은 시장에 한 번 정도의 추가 인상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크레딧 시장이 망가졌던 지난해처럼 당국이 내버려 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어떤 말을 할지가 중요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