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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중국발 훈풍 기대했던 원화, 역풍 몰아치자 다시 '흔들' - Reuters

폴라리스한 2023. 5.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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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5월17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이런저런 국제 이슈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온 원화가 이번에는 중국발 외풍에 또다시 약세 기조를 굳히고 있다.

작년 강달러라는 무차별적 공격에 심한 몸살을 앓았던 원화는 차츰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가 했지만, 예상 경로를 벗어난 중국 경제 때문에 또다시 약세 가속 페달을 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원화가 약달러 여건에서도 유독 약세를 보이자 외환 당국은 계절적 수급 요인인 외국인 주식 투자자 배당 역송금 수요를 지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을 앞두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통화정책 전망 아래 4월 외국인 배당금 수급이 걷히면 원화 약세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 긴축 종료 신호를 보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5월 정책회의 결과에 달러/원은 잠시 미끄러지긴 했다. 하지만, 이후 환율은 쉽게 반등했고, 오늘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연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지만, 시장의 기대는 여전한 가운데 연준발 호재는 원화에 꽤 많이 반영돼 있다. 또한,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통화스왑 체결로 묵직한 수급 안정 카드 하나는 소진됐다.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시장은 이 재료에 과하게 반응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 한은은 연금과의 거래 개시를 알림과 동시에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원화 약세 흐름에 반전을 꾀하진 못했다.

올해 원화는 달러 대비 6% 가까이 절하돼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절하율 기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에 이어 4위다. 주요 아시아 통화 중에서는 단연 선두다.



▲ 중국 호재 기대 퇴색

역내 수급 척도인 무역수지는 4월 말까지 253억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규모가 3.7배에 달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45억달러 적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흑자 규모인 149억달러에 비해 약 200억달러 악화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와 무역수지 간 상관계수는 0.86으로 상관성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지난 4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적자는 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은 시장이 기대하는 경기 정상화 속도에 못 미치는 지표 결과를 발표했고, 시장은 리오프닝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수출 부진 탈피와 외환 수급 완화에 꼭 필요한 외생변수인 중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원화는 이를 빌미로 약세 기조를 굳히려는 분위기다.

잠시 시계를 올해 초로 돌려 보자. 중국이 시장 예상보다 앞서 코로나 방역 해제를 선언하자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환호하며 원화는 급강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투자 자금은 약 50억달러로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순증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 후폭풍에 따른 달러 강세에 달러/원은 빨리 되감겼지만, 이후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큰 한 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대가 최근 들어 크게 퇴색되는 분위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16일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 핵심인 중국의 IT 업종 부진을 주목했다. 중국의 4월 IT 업종 생산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판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IT 업황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국 수출과 IT 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에는 단연 부정적인 진단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내수 위주 회복과 다양한 업종에서 수입 대체

또한, 중국 정부의 내수 위주 회복과 다양한 업종에서 수입 대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도 고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 우려 속 중국의 통화 및 재정 정책 추가 조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중국과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이가 위안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 할 호재를 찾을 수 없는 원화는 빡빡한 외환 수급 사정만 부각되며 최근 약세 흐름을 굳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외 투자자가 위안화 대리 통화로 원화를 적극 활용한다면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더 키울 여지도 있다. 위안/원은 1월 이후 계속 오름세다.

작년처럼 강달러라는 거센 파고에 전 세계가 함께 흔들렸던 상황과는 다르다. 국가별로 다른 경기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중국의 직접적인 경제 영향권에 있는 한국 입장을 고려하면 원화는 더 애를 먹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연초 최상의 성적을 거둘 통화로 원화를 꼽은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