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2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실리콘밸리뱅크(SVB) 은행 파산과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전격 인수 등 글로벌 은행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경계심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후처리를 통해 금융시장의 취약 부문에 대한 예방조치가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져 있어 갑작스런 충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안심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포지션이 애매해진 건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국내은행들의 상황을 '시장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불합리한 관행'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들을 전면 재점검해 6월까지 경영과 영업 관행 제도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이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이자 수익에만 치중하고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과도한 수익을 올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은행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기본 정책 목표 아래 강력한 제도 개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뱅크은행(SVB) 파산 사태로 특화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노출되면서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챌린저뱅크 도입과 지방은행 신설 등 제도 개선안에 제동이 걸렸다.
고객군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못한 은행에 경영난이 발생할 때 그 규모와 상관없이 금융시스템 전반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은행 시스템 내부의 약한 고리가 향후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은행 제도 전반에 손을 대려는 금융당국의 시도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대마진에 근거한 수익 창출이 은행 비즈니스의 근간이며 적정 수익의 확보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뒤늦게나마 흘러나오고 있다.
A외국계은행 임원은 "2008년에는 위기가 자산 쪽에서 터졌지만 이번에는 부채 쪽에서 터졌으니 괜찮지 않겠냐 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LCR만 괜찮으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국내은행들의 작년 수익이 너무 많다고 문제시하지만 여기도 만기보유 계좌를 다 까보면 작년에 몇 조원씩 깨졌을 것"이라며 "그나마 다른 부문의 수익이 많고 유가증권 투자규모가 적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지 지금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로 제도가 바뀐 후 몇 년 지난 상태에서 이 일이 터졌다면 후폭풍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미국과 유럽 은행의 크레딧 이슈가 헤드라인을 도배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도 한 발만 잘못 내밀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2분기부터 본격화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이슈와 신종자본증권 관련 불확실성 등 불안 요인에 더해 향후 경기침체시 부실 대출 확대 가능성 등도 변수다.
금융당국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제도개선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지금 은행 연체율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데 카드, 캐피탈사, 저축은행 관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듯하다"며 "보통 큰 위기가 왔을 때 2년 뒤부터 본격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는데 코로나때 돈을 풀어서 덮어놨던 것들이 나중에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이 앞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은행에 낙인이 찍히는 순간 시중은행까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무엇보다 위험관리가 최선"이라며 "당국이 당분간은 금융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C국내은행 임원은 "신종자본증권 관련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있지만 원화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자본비율 하락과 수익 감소, 배당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들도 일부 영향은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생경제 실현을 위해 은행들이 신상품을 만들고 있는데 만들 때마다 다 역마진"이라며 "은행들의 수익이 급감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하나라도 무너지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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