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2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도이치뱅크 주가 반등, 미국 지역 은행 우려 완화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낙폭을 국내 시장이 제한적으로만 추종했던 만큼 조정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시티즌스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도이치은행 주가도 4% 이상 반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연방 당국이 은행 대출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도 일부 완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또 20bp 이상 올랐다. 미국 국채시장이 벌써 네 번의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누구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전에 신용 리스크로 한 번이라도 다쳐봤던 사람들은 수익 조금 더 보겠다고 모험을 걸지 못할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약한 고리를 찾아내려 눈에 불을 키고 있다.
현재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게 상업용 부동산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떨어지는 공실률과 높은 이자율이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갉아먹으면서 지난 몇 년간 관련 대출을 늘려왔던 중소 지역은행에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가치 손실에 직면한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관련 사업의 디폴트 위험을 높이고 있고 이는 다시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역시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유동성 지원과 규제완화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올해 3월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다들 했다. 2분기부터 미국의 금리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해결되리라는 전망이었다.
일단 부동산 가격 급락세는 멈췄고 대내외 통화긴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멈췄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 2분기가 다가왔고 부동산 PF 만기가 계속 돌아온다. 여기서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상의 혼란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추가 금리 상승이 경제에 부담시킬 비용이 너무 커졌다.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고 해도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는 시점이니 굳이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을 펼 유인이 없다. 향후 통화정책과 금리의 방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해도 레벨을 무시할 순 없다. 미국보단 덜하다지만 국내 채권시장도 이미 한 차례에서 두 차례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살 물건은 테일 리스크에 대한 보험 성격을 일정 부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역캐리 장이니 금리를 보지 않을 순 없는데 크레딧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아직 뭔가 크게 터진 것도 아닌데 크레딧 물건을 도매금으로 외면할 수는 없다. AA, AAA 등급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가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자산유동화증권(MBS) 수요가 다시 살아난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화 채권이 안전자산이냐 아니냐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해야 할 시점이긴 하다. 하지만 이전에 그런 질문을 해야만 했던 때에 원화 채권을 매입한 곳이 결국은 승자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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