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2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뉴욕장에서의 금리 반등을 반영하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 주말 미국 국채 금리 낙폭에 비해 반등폭이 미진한 데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계속 늘고 있는 점, 국내 금리 낙폭이 그동안 제한됐던 점을 감안할 때 장중 매수세가 유입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이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약한 고리는 자산유동화증권(MBS)이었다. 처음엔 모기지 업체들의 연쇄 파산 소식과 함께 관련 익스포저가 문제였다. 하지만 2007년 여름이 지나면서 시장의 관심은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투자은행의 위기로 옮아갔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대규모 시스템 리스크 폭발의 기운이 감돌았고 그게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터진 것이다.
UBS의 CS 인수는 일단 글로벌 금융위기급 전개로 가는 고리를 차단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의 뱅크런을 통해 크레딧 리스크가 표면화된 건 이미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임계점에 다다라 있다는 신호다. 시차를 두고 결국 익스포저가 큰 곳부터 무너지게 돼있다.
일단 지금은 '나만 아니면 돼' 국면이다. 2008년 당시에도 결국 은행들이 살기 위해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주요 기업들의 대출이 막히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돌면서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기로 옮겨붙었다.
금융시장에선 일단 안전해 보이는 자산을 확보하고 위험이 커 보이는 자산을 정리하는 움직임 속에 약한 고리부터 떨어져나갔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CS를 UBS에 인수시키면서 조건부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1)을 탕감해줬는데 이렇게 되니 AT1 채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금융위기 맞춤형 채권이라던 코코본드가 보통주보다 변제순위에서 밀리니 투자자들 입장에선 갈아타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코코본드 시장도 각자도생 국면에 빠져들게 됐다.
연준 위원들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것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당장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게 아니니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 자체가 향후 도래할 위기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게 무서울 수 있다.
다만 연준 위원들의 더 큰 부담은 역사일 것이다. 2008년 이후 많이 이들은 미국 정부가 왜 리먼 브러더스를 파산 처리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에도 시간이 지난 후에 왜 그때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렸던 걸까라는 질문을 남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번에 연준이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든 답은 나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식의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또 모두가 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이미 시장은 양적완화 없이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SVB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한 특별 유동성 공급대책(Bank Term Funding Program)이 양적완화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지금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책의 면면을 보면 양적완화와 구분을 짓기 쉽지 않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 봐도 마찬가지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양적완화인가 아닌가?
한은과 정부는 시장금리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겉으로는 물가안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물 밑으로는 시장금리 상승이 가져온 난장을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발길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장의 테마, 통화정책의 국면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리고 포지셔닝에 나서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국채, 통안채 금리는 당분간 레인지에서 움직이되 하단 쪽으로의 편향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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