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파고 넘긴 채권시장, 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이유 - Reuters News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채권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의 메시지가 선명해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는 이번 군사조치를 특별군사활동이라 지칭)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되고, 기대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중앙은행들이 매파 성향을 최고조로 드러내는 시점에 신임 한은 총재가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줬다는 데 무게를 두는 시장참가자들이 적지 않다.
▲'중립' 한은 총재 후보자 발언이 롱으로 들린 이유
시장참가자들은 이 후보자가 딱히 분명한 색깔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앞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 상방 리스크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균형 있게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는 이 후보자의 발언에 의미를 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과의 펀더멘털 차이를 강조하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폐해를 강조한 부분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의 선택지를 단순화했다는 평가다.
지금은 물가 쪽 리스크가 크니 통화당국도 물가에 비중을 두면서 매파적 시그널을 통한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경기 리스크가 커지면 무게추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물가가 정점 부근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경기 하방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상될 때마다 통화당국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도비시'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A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한은 총재 입장에선 앞으로도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하면서 정책을 펴가겠지만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성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시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든 동결되든 이주열 총재 때와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기준금리가 2% 근처에 가면, 최종 금리와 성장률 쪽으로 초점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며 "시장 분위기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지금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전반적인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 할수 있는 걸 다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라며 "시장 예상대로 대내외 물가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피크아웃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최소한 더 강한 메시지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든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인상하든 최종금리가 2.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시장이 이미 그 이상으로 가격에 반영해 놓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 한은 총재가 성장을 강조할 때마다 채권 매수가 조금 더 힘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갈 길 먼 채권시장..FOMC·추경 이벤트와 변동성 '가시밭길'
다만 미국 금리와 물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임 한은 총재의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수 년간 엄청난 규모의 국채발행액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금통위가 하반기 경제여건을 고려해 5월에 전격적으로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C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미국 채권의 40년 강세장이 끝나가고 달러/엔도 상상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전에 봤던 금리 레인지나 경험을 기반으로 예측을 해선 안되고 정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임 한은 총재 발언과 4월 금통위 결과를 봤을 때 이번 사이클의 최종 금리가 2.5%에 미치지 못할 것같다"면서도 "2019년에 100조원이었던 국채 발행액이 이제 180조원대까지 발행되며 목까지 찼고, 앞으로 얼마나 늘지 모르고, 금리인상기고, 시장에 의미 있는 수요는 보험사 30년 채권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일부 예사대로 5월에 기준금리가 또 인상되면 그동안 포지티브 캐리를 보고 어떻게든 버텼던 곳들이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자신 없으면 옆에서 구경하는 장이지 결코 채권을 사는 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D국내은행 스왑딜러는 "이자율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결국 심리가 무너졌기 때문인데 이달 금통위 회의와 신임 한은 총재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깨진 심리가 회복된 부분이 있다"며 "최소한 국내 통화당국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추수하지는 않으리라는 점, 물가가 정점을 찍고 피크아웃하면 금통위가 생각보다 빨리 태세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여기서 더 헤지를 늘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이 5월에 50bp를 인상하면서 추가로 50bp 인상 시그널을 내놓을 게 확실시되는 시점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 된다"며 "그 변동성을 견뎌낼 각오를 하고 미리 들어가는 것보다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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