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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제라도 적극 나선다지만'..채권시장 안정 위한 한은 개입 회의론 큰 이유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2. 6.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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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제라도 적극 나선다지만'..채권시장 안정 위한 한은 개입 회의론 큰 이유 - Reuters News

 - 한국은행이 대내외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 진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참가자들의 회의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대내외 인플레이션 추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확대된 상황에서 유동성 조절과 같은 단기 대책의 한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빅스텝(50bp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가파른 긴축 조정에 대한 한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신뢰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대내외 금리 급등에 대책 내놓은 한은

글로벌 물가가 피크아웃(peak-out)할 것이라던 기대감이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 지표 발표 이후 무너지면서 지난 13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23.9bp, 22.7bp 급등했다. 한은은 이날 장 마감 후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제고하고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6월 중 통화안정증권 발행 물량을 당초 발표보다 1조5천억원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시장 변동성 확대 추이에 따라 7월 통안채 발행 규모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일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20bp 내외로 추가 상승하자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1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의 시장 안정 의지는 이날 오후 발표된 통화안정계정예치금 만기와 규모에서 드러났다. 한은은 이날 통안계정예치금 입찰 예정금액을 17조원, 만기를 14일물로 결정해 발표했다. 실제 낙찰액은 19조3500억원에 달했다.

통상적인 통안계정예치금 입찰보다 규모를 대폭 늘린 데다 만기도 14일로 정해 월말 유동성을 풍부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 시장 안정 카드의 한계..한은이 간과한 것

하지만 원화채 시장이 패닉으로 치달은 시점에 한은이 내놓은 카드의 한계는 분명하다.

통안채 발행량 축소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다. 한은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콜시장의 초단기금리(콜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고 통안채 발행은 그 중요한 수단이다.

통안채 발행 물량 조정으로 시중 자금 회수를 줄인다는 건 결국 다른 수단을 통해 자금을 흡수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봉?통안계정예치금 입찰 규모를 대폭 늘린 만큼 시중 자금이 흡수되면 통안채 발행 축소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그야말로 '헤드라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안계정예치금 입찰 만기를 14일로 한 것은 자금시장에 호재긴 하다. 통상 28일이던 만기를 14일로 줄인 만큼 월말에 대규모 자금이 다시 풀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분기말을 앞두고 대규모 기업자금 유출, 세금 납부 등 영향으로 은행들이 적수 부족을 겪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분기 말이나 지준마감일을 앞둔 시점에 자금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레포 시장이 경색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감안한 안전장치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레포시장은 안정되겠지만 은행들의 조달 이슈는 사라지지 않는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금융규제 완화 조치의 정상화를 앞두고 은행들의 고금리 은행채 발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채권 수급의 압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 입장에선 국고채 단순매입 카드가 남아 있다. 지난 수 년간 채권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시장의 막힌 혈을 뚫었던 게 단순매입이다.

하지만 국내기관들의 채권 매수여력이 남아 있을 때에야 단순매입 효과도 극대화된다. 지금처럼 대다수 국내기관들의 채권 매수 여력이 떨어진 시점엔 국고채 단순매입의 효과도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한은의 일방향식 커뮤니케이션이 국내기관들의 매수 여력을 소진시키면서 이번과 같은 대형 폭탄이 터졌을 때 시장의 대응 역량을 잡아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증권사 채권딜러는 "한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최근 시장금리 변동성을 방치한 게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온 것 같다"며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믿고 포지션을 유지하던 국내기관들이 외국인의 공세에 먼저 나가떨어지면서 막상 미국발 폭풍이 불어오니 전혀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영향 주목..신뢰 구축 우선

한은이 기술적 조치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시장 혼란은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물가 피크아웃 기대감 희석으로 국내외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전망에 혼선이 빚어진 데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75bp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고 다가올 회의에서 계속 50bp씩 인상해 가면 국내 통화당국도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桓좇?늘고 있다.

물론 향후 통화정책 속도에 대한 한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다면 원화채 시장의 경우 일정 부분 안정을 찾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주요국가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데다 미국과의 경제 펀더멘털 차이로 연준의 스텝을 그대로 쫓을 필요는 없다는 게 한은의 기존 입장이기도 했다.

한은 박종석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도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빅 스텝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물가 상승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비용 측 요인들, 중국 경기둔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빅 스텝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아직은 25bp씩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 또 한 번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냐와 시장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느냐의 부분이다. 대내외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뿐 아니라 시장참가자들도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국내 시장은 이미 연말 3.25% 기준금리를 반영하고 있는데 한은에서 너무 과하다, 빅스텝 없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 주면 심리 안정에 도움은 될 것"이라면서도 "연준도 2주 앞 상황을 예측 못하고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한은이라고 별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C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지금은 한은이 해줄 수 있는 게 솔직히 별로 없다"며 "통안채 발행을 줄이는 건 시장에 체력이 남아 있을 때나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지 지금 상황에선 장난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선 우리는 빅스텝 없이 가도 된다, 한미 금리차 벌어져도 자본유출 우려 크지 않다는 한은의 스탠스 확인이 필요한데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중요한 건 시장이 믿느냐의 부분"이라며 "결국 글로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