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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원화채 시장, 美 10년 금리 5%대 '레벨 업' 우려에 진퇴양난.."그래도 버티기"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10.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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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월2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5%에 육박하면서 원화채권시장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대내외 금리는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당장 반전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분위기 반전 기대로 손절 없이 버텨왔는데, 미국 금리가 한 번 더 '레벨 업'할 가능성까지 부각되니 진퇴양난이다.

원화채 시장에선 결국 '버티기'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장기금리의 추가상승이 주식시장을 필두로 한 위험자산 시장의 붕괴로 이어지면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며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美 국채 10년 5% 돌파 시도 이어져..긴장 고조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연 5%를 넘어섰다. 23일에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전에 5% 이상으로 상승했다가 급락해 4.8%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증가를 이유로 장기 국채 숏포지션을 커버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하지만 25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를 앞두고 10년물 금리는 11.2bp 오르며 4.952까지 올라섰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5% 고지 등정을 위한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내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 국채시장을 둘러싼 수급이 단기간에 반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로 종료된 미국 정부의 회계년도 상 적자 규모가 직전 년도의 1조4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달러로 급증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지 않았다면 재정적자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헤지펀드 등 일부 세력이 타깃 금리를 잡고 숏 흐름을 주도하다가 차익실현할 때쯤 조금 강해지지만, 결국 공급 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 다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의 반복이다.

미국 하원은 마이크 존슨 신임 의장 선출로 3주간 이어진 사상 초유의 의장 공백 사태에서 벗어났지만 당장 11월로 다가온 연방정부 예산 처리를 놓고 큰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강경파가 장악한 공화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밀어붙일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또 한 번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5% 위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차로 5.07%, 2차로 5.3% 수준에서 저항선이 나타난다. 지난 9월 4.35% 저항선이 깨진 후 4.5%대에서 한 번 걸린 후 4.8% 위로 직진했던 흐름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미국 국채 수급에서 중앙은행 비율이 40% 정도 되는데 최근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느라 많이 사주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연준의 양적완화마저 없는데 발행 규모는 줄지 않으니 결국 기간 프리미엄 등 이 상황에 맞는 논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10년 적정금리를 4.3~4.5%로 본다 해도 수급이 안 좋다면 100bp 정도 높은 수준을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택지는 버티기뿐' 인식.."금리 상승에 펀더멘털 견디지 못할 것" 전망도

관건은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이 원화채권 금리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국내기관들의 롱포지션이 심각하게 무겁진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채권운용의 특성상 현물을 일정 부분 들고 갈 수밖에 없어 일방적인 금리 상승 흐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 손실을 감수하고 포지션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뚫고 크게 뛴다고 해도 일단 버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게 다수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이다.

국내 경기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만큼 커브 스티프너로 상황을 돌파하면서 임계점을 넘은 고금리의 경제적 파장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미국 금리가 얼마나 더 갈지, 셧다운이든 전쟁이든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미국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금융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가시화될 수 있는 만큼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장 포지션이 아주 무거운 것 같지는 않고 한국은 미국보다 연말 수급은 괜찮은 편"이라며 "그렇다 해도 최근 미국채와 원화채의 상관도를 감안할 때 일정 부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C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주가가 경기에 6개월 정도 선행하는데 주식시장 분위기가 꺾인 게 이미 2,3개월 정도라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면 지표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금리 레벨에 주식시장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미국 금리가 또 한 번 급등하면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전반적인 조정이 나타나고 채권으로도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버텼으면 미국 국채금리가 더 오르는 걸 두려워해선 안된다"며 "지금 금리 상승세가 거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의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차라리 국내 금리가 이달에 좀 더 튀어서 작년처럼 갔다면 원화채 쪽으로는 매수세가 유입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금리가 급등했음에도 국내 금리는 추석 연휴 직전 레인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손절장세는 안 나오지만 그렇다고 강력한 랠리가 나오기도 어렵다"며 "3년물 4.1% 위에선 저가매수가 나오지만 3.9%대로 가면 빠져나올 자신이 사라지면서 형성된 레인지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