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16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예상치 못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원화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다시 연중 고점을 향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16일 오후 연고점과 10원 정도 떨어진 1355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추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테마로 영향력을 행사하자 이달 초 원화 가치는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외환수급이 대체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평가 아래 작년과 같은 원화 약세 가속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 조정 흐름이 나타나자 달러/원은 잠시 하방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이후 확전 우려에 달러/원은 방향을 위쪽으로 급선회하며 다시 상승세 시동을 저울질 중이다.
▲ 경상수지 흑자 요인 변화 감지..수급은 대체로 '균형'
당초 전망과 달리 글로벌 달러는 고물가ㆍ고금리 장기화 추세에 강세 모멘텀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연중 달러지수 상승률은 3%에 달한다.
이에 달러/원도 이달 1360원대까지 올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상승 변동성을 키웠다. 하지만, 작년 대비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환율이 급격히 한 방향으로 쏠리진 않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수급은 스왑도 그렇고 스팟도 그렇고 대체로 균형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유보금 환류에 따른 달러 공급 규모는 총 330억달러로 월평균으로는 47억달러 상당의 달러가 공급됐다. 다만, 8월에는 이와 관련한 수급이 13억달러에 그치며 예년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상품수지가 2022년 3월 이후 최대인 약 50억달러 흑자를 보이면서 외환수급 개선세는 유지됐다. 경상수지 흑자 요인의 비중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미국은 해외 유보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한시적이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급한 것부터 먼저 집행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당초 배당과 이자 수익에 따른 본원소득수지가 늘어나는 추세 속 최근 상품수지 흑자가 늘고 있어 수급 데이터는 나쁘지 않다. 아슬아슬하지만 수급은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달러 공급 요인 이외 수요 긴장도 작년보다 완화됐다. 작년 3분기 기업 선물환 순매수 규모는 222억달러로 분기별 순매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였다. 반면 올해 3분기에는 기업의 선물환 순매입 규모가 65억달러로 크게 축소됐다.
또 국내 최대 달러 수요 주체인 국민연금은 환율의 연고점 경신 시기인 8월과 9월중 한국은행과 맺은 외환스왑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8월과 9월 두달간 외환보유액은 약 80억달러 줄었다.
한 시장관계자는 "역내뿐 아니라 역외 역시 수급 쏠림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수급 꼬임이 있었다면 이러한 리스크 오프 상황에서 환율이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예측 불허한 중동 사태..원화 낙관적 기대 반영 '아직'
금융당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충돌에 따른 국내 실물과 금융ㆍ외환시장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향후 전개상황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될 수 있다면서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필요시 시장 대응에 나설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확대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심리 심화와 견조한 미국 경기 여건 등에 강달러 압력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더욱 매파적일 수 없다. 미국 금리 전망이 달러 상승을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안전자산 수요와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회복력이 달러 강세 주요 동력으로서 금리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엔 반도체 업황 기대와 맞물린 상대적 원화 강세 전망이 제기돼왔다.
HSBC는 최근 원화 관련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 개선과 반도체 수출 회복, 한국은행의 달러 매도 스탠스 등을 감안해 아시아 통화 중 원화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동 관련 불확실성이 점증되다 보니 원화에 대한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이 반영되는 시기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은행 외환딜러는 "고점 인식에 따른 물량이 소화되지만 오퍼가 단단하다는 느낌은 아니"라면서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지금은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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