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1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원화채권 금리는 어느 수준일까?
시장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돈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를 반영하면서 여전히 4%대를 훌쩍 넘는 수준(국고채 3년물 기준)에서 이어갔을 것이라는 게 다수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새롭게 부각된 지정학 리스크가 미국 국채금리의 브레이크없는 상승세를 막으면서 국내 외환, 채권시장참가자들에게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정학 불확실성 고조에 美 금리발 패닉 우려 극적 반전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5분 현재 국고3년 지표금리는 전날보다 2.4bp 하락한 3.94%, 국고10년 지표금리는 4.7bp 내린 4.105%에 거래되고 있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지난 6일 4.06%, 4.28%로 장을 마쳤다. 이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큰 폭 반등했고 다수의 딜러들은 한글날 연휴 이후 도래할 숏장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향후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평가됐던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33만6천명 증가하며 컨센서스(17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국 재정적자 확대 불가피 전망과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 불확실성으로 미국 국채시장에서 투자자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던 상황이다 보니, 미국 국채 패닉 셀링의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로 원화채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사정은 더 암울해 보였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채권 숏논리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 우려가 미국 국채시장의 추락을 막으면서 오히려 시장에 숨통을 터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미국 장기금리 급등으로 금융불안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파다한 상황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가세하자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시장 달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리더십을 발휘하며 원유시장의 안정화를 강조하고 나선 여파로 국제유가가 이틀째 큰 폭 하락한 것도 채권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화채 시장도 작년 사태 재도래 부담 덜어.."11월까지만 버티자"
국내 시장참가자들은 일단 미국 국채 패닉 셀링에 따른 달러/원 환율 급등,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과 지난해 신용시장 붕괴의 재연에 대한 공포감에선 일부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은 역시 현 시점에선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명분 삼아 과도한 긴축 기대를 제어하며 금융안정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시장심리를 지지하는 부분이다.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시장에서 가장 걱정했던 게 미국 국채는 누가 사느냐였는데 전쟁 발발 이후 패닉 셀링에 대한 공포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게 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며 "우리 채권시장은 3년 선물이 5년물 금리에 엮여 있기 때문에 장기물이 밀리면서 단기물도 같이 밀리는 구조인데 최근 외국인이 10년 국채선물 매수 위주로 플레이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연말로 갈수록 저가매수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며 "다들 10월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제부턴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매수가 두텁게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은행의 자금부장은 "한은이 지난달과 달리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있다"며 "지금처럼 불확실성 요인이 커진 시점엔 한은 총재 역시 괜히 없는 말해서 시장에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투자를 뒤로 미루는 곳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만기 CD가 그동안 찍히지 않아서 CD 고시금리가 실제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었는데 오늘 예상외로 민평에 3개월짜리가 발행됐다"며 "11월만 지나면 시장금리가 크게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많은데 일단 10월을 잘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기대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 발발에 따른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후 미국 국채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에 대한 불확실성, 지난해 신용 대란의 재발 가능성에 여전한 경계감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한 포지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은행 채권딜러는 "지정학 리스크가 터지기 전에는 미국 국채시장의 수급 부담으로 베어 스티프닝이 강하게 나타났었는데 과연 이 재료가 희석되고 난 이후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안된다"며 "미국의 지표가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는 쪽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바톤 터치가 되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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