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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환율 불안 때마다 소환되는 한미 통화스왑, 유일한 해법?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2. 5.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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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환율 불안 때마다 소환되는 한미 통화스왑, 유일한 해법? - Reuters News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매섭게 오르자 한미 통화스왑 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통화스왑이 시장을 달래는 유일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이다.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선두로 주요국들이 서둘러 통화긴축에 나서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를 반영해 원화 가치는 빠른 속도로 절하됐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나 홀로 원화 약세도 아닌 데다 원화 절하폭도 달러지수 상승폭과 속도가 거의 비슷하니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1300원이라는 달러/원 환율 레벨에 있었다.

올해 초 환율이 1200원대로 '빅 피겨'를 바꿀 때만 해도 달러 강세와 맞물린 활발한 해외 주식투자, 수입 규모 확대 등 외환수급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차분한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조금만 시계를 돌려보면 알겠지만 과거 환율이 1200원대에서 거래됐던 적은 유럽발 재정위기, 중국 금융불안 및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녹록지 않은 대외 리스크가 갑자기 불거졌을 때였다.

달러/원 1200원대를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였던 것과는 달리 최근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할 정도로 오르자 여기저기서 숨가쁜 평가와 동시에 환율 방어가 필요하다는 외부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환율이 1300원대에 거래됐던 적은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만큼 충분히 과거 위기 트라우마를 다시 불러일으킬 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라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더해지고 있다.

▲ 외환체력 보강해도 무용지물?

국내 외환시장은 달러 유동성 문제가 생길 때 경고음이 울린다. 그렇다 보니 필요시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왑은 최고의 외환시장 안전판으로 간주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억달러,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왑 체결 이후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학습효과 만으로도 한미 통화스왑이 가지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차분한 평가와 그간 보강된 외환 체력은 살피지도 않은 채 한미 통화스왑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만능키로 생각하는 것은 아쉽다.

앞서도 말했지만 연간 원화 절하율은 7%대로 달러지수 상승률 8% 수준과 거의 같다. 원화 약세는 강달러 현상 때문으로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처럼 글로벌 달러 유동성 사정이 어려워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축통화 관점에서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미국과 상설 통화스왑을 체결 중인 유로 가치도 떨어졌고, 엔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달러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적정 규모 논란이 있지만 5월 말 기준 4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도 이전 대비 보강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기 직전 2019년 말 외환보유액은 4075억달러였다.

또한 국내 해외투자 급증에 작년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약 64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 비중은 26.4%로 2015년 이후 최저였다.

외환제도 측면에서도 시장 불안을 촉발했던 빈틈은 메워졌다고 본다. 2020년 증권사 파생거래 증거금 납입 등 비은행권의 달러 수요 급증과 이로 인한 환율 급등을 경험한 외환당국은 비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했다.

이에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장 불안을 야기했던 파생상품 거래 시 은행 간 달러 담보 사용도 줄어 국내은행들이 달러 리스크에 노출된 정도도 크게 줄었다.

아울러 외환당국은 작년 12월 미 연준과 레포 기구를 통해 필요할 때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환매조건으로 맡기면 연준이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로 거래 한도는 600억 달러다. 결국 달러 조달창구를 하나 더 보충한 셈이다.

환율 1300원대가 위기 국면을 열어젖히는 판도라 상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금리와 강달러의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국면에서 그 어떤 예단도 지금은 힘들다. 그만큼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가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이 조금 불안해질 때마다 한미 통화스왑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주장하기보다는 이전보다 달라진 외환시장 환경과 체력을 조금은 눈여겨봐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현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허용과 거래시간 대폭 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외환제도 ?낵굼?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외환제도 변화 과정에서 이전보다 확대될 원화의 변동성을 감내야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를 감내할 여력이 있는지 문득 의문이 생긴다.

어제 대통령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왑에 준하는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이다. 금융ㆍ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결과물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결과에 따라 시장의 불안심리가 완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통화스왑에 준하는 '한방'이 없으면 시장은 실망하며 불안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