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3년물 기준 3.8%가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반의 매수심리가 위축돼 있는 가운데 레인지 상단이 돌파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미국 국채시장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8월25일 이후 최고치인 4.268%까지 올랐고, 거래 후반 9bp 상승한 4.26%를 가리켰다. 2년물 수익률도 4.968%로 10bp 상승했다.
7월 공장 주문이 시장 전망보다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걸로 금리 급등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연방준비제도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연준에게 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여유를 주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금리를 더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월러 이사는 "몇 달 동안 이런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전까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임무를 완료했다고 말하는 것을 매우 조심하고 싶다"며 "연속해서 두 번 좋은 보고서를 봤고, 세 번째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면 채권가격이 고공행진을 했겠지만 이날 미국 국채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보는 해석도 석연찮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른 것은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공급 감소 때문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원유의 일일 생산량은 900만 배럴로 지난 수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지분 추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는 유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이같은 공급 감소를 가능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만큼 유가상승이 물가의 중장기 경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 물가의 하락세와 임금 상승률 둔화, 실업률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이 전해질 때 시장이 환호했던 건 인상 종료와 함께 부각될 인하 기대 때문이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확신이 투자심리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금리인상만 멈추면 금리인하가 곧 손에 잡힐 것처럼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 '골디락스' 기대가 워낙 커지면서 '높은 수준의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잡아먹는 상황이다. 금리인하 시기가 이연되고 그 폭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생겨나니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구축했던 포지션들이 되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유럽과 중국의 경기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화긴축 공조 역시 끝나간다는 점이다. 유럽과 중국이 경기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는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은 더 혼란스럽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경제에 더 큰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 이슈다.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조 스탠스까지 감안하면 국내 경제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표면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이 주도하는 글로벌 긴축 공조 시대가 저물고 도래한 각자도생(各自圖生) 국면에서 한국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와 함께 변동성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지뢰가 산재하고 있어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채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국내 경기가 한국은행과 정부의 예상보다 빨리 꺾이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 금융시장이 지난해 레고랜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연말을 잘 넘어갈 수 있다는 확신 역시 중요해 보인다.
이 두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미국 국채시장 움직임에 휘둘리며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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