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2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뚜렷한 재료 부재 속에 잭슨홀 미팅 헤지 되돌림에 따른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리 고점 인식 속에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지속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라는 분위기에 힘이 실리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날아오르고 있지만 미국 국채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긴 하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월 동결 가능성은 80%를 넘어서지만 11월엔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채권투자자들의 뇌리에 자리잡은 건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한 차례 더 인상을 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아닐까 싶다.
시장참가자들의 고민을 키운 건 이달 초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재정적자 수치다. 최근 10개월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6천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7천260억 달러)보다 120%나 증가했는데 그 결과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도 지난 5월 전망 때보다 2천억 달러 늘어났다. 세금 수입이 10% 늘어날 때 정부 지출이 10% 늘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파월 의장은 경기가 좋으니 금리를 올려 수요를 제한하겠다고 하는데 이 고삐 풀린 재정지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재정지출이 10%씩 늘어나면 수요를 제한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기도 어렵고 물가가 떨어지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인데 말이다.
연준이 긴축기조 지속에 진심이라는 건 이제 누구도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기조가 극적으로 되돌려지지 않는 한 연준의 긴축기조가 되돌려지는 시점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게 현재 채권투자자들의 두려움일 것이다.
이는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건전재정에 대한 집착은 익히 알려진 것 이상이다. 내년 총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는 충격적일 정도다.
현재 국내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현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한국이 2000년대 들어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건 코로나 사태가 발발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0.8%)뿐이다.
건전재정에 진심인 정부의 스탠스는 내년 경기와 물가전망에 분명한 하방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경기 등 글로벌 변수 외에 국내 정부지출 감소가 향후 경기와 물가 경로에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의 재정지출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의 간극은 엄청나게 벌어진 상황이다.
이는 단기간의 경제 성과와 물가의 하방 압력 측면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당장은 원화와 달러 금리가 연동해 움직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디커플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그동안 글로벌 수익률곡선에 연동해 이뤄졌던 스티프닝도 일부 되돌려지며 플래트닝이 트레이딩 아이디어로 부각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정부는 이날 2024년도 예산안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역대급 세수 부족 우려에도 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부담감도 줄면서 전반적으로 금리 하락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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