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와 미국의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채권시장이 폭풍 전야다.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한 잭슨홀 미팅이 미국 국채금리를 또 한 번 끌어올리고, 달러/원 환율이 위기 심리를 자극할 임계점으로 평가되는 1350원을 뚫고 상승할 경우 원화채권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최근까지 시장을 주도한 숏논리다.
하지만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오고 원화채 시장이 한 번의 추가 금리인상을 반영한 현 시점에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모두 크게 후퇴하면서 중앙은행과 시장간 정책경로 전망의 괴리가 크게 줄어든 만큼 매파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통위, 인상 시그널 주기 쉽지 않은 이유
시장참가자들이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금통위 회의다.
중국의 부채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외금리차 이슈까지 부각되며 달러/원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 상승한 만큼 금통위가 환율 안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통화당국이 10월경 전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딜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달 이후 10월에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금통위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기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9월 이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정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연준의 추가 긴축폭과 가계부채 등 확고한 명분이 쌓일 때까지는 '암중모색(暗中摸索)'하는 게 현실적 선택이 되리라는 진단이다.
향후 경기의 하방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 유입이 성장률을 제고하는 효과를 감안할 때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수준(1.4%)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가 환율 안정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를 균형 있게 언급하면서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는 이유다.
다만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75% 내외까지 올라와 있다 보니 금통위 회의가 중립 이벤트만 돼도 롱재료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시중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집중된 만큼 전반적인 수급도 나쁘지 않다.
A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지금 중국 이슈가 국내경제의 펀더멘털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한은이 환율만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지켜보자 정도의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딜러는 "금통위 회의 결과의 경우 이 금리 레벨에선 도비시하게 비쳐질 수 있다고 본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예상하고 있어 중립적인 수준으로만 결과가 나와도 일정 부분 강세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시장간 정책 경로 전망 수렴..충격요법 필요성↓
시장참가자들이 또 하나 주목하는 부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매파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성이 줄어든 부분이다.
미국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진 가운데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이같은 조기 인하 기대감의 후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니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축소 가능성 같은 수급 이슈가 더 크게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이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 지속 의지를 의심할 때와는 달리 지금처럼 중앙은행과 시장의 정책 경로 전망이 수렴해가는 시점이라면 연준 역시 굳이 충격요법을 써 시장금리를 또 한 번 끌어올리려 시도하지 않으리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C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지금까지 연준은 경제도 좋고 인플레이션도 이슈인데 왜 장기금리가 이렇게 눌리냐, 단기금리는 왜 반영을 안하냐는 데 초점을 맞춰 커뮤니케이션해 온 것"이라며 "최근 한 달간 미국 국채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며 연준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해버린 상황이라 여기서 굳이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입장에서도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은행 이슈도 있으니 굳이 더 강한 표현을 쓰진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시장도 이전처럼 환호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벤트 서프라이즈' 없다면 선제적 롱포지션 진입 무난
금통위 회의와 잭슨홀 미팅에서 '서프라이즈'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서 롱포지션을 늘리는 데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최근 금리 상승 과정에서 손실을 본 곳들이 많아 적극적인 포지셔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D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를 3%로 올리면 연준이 물가를 2%까지 내릴 필요도 낮아지는 것"이라며 "다만 중립금리를 올린다는 건 향후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면서 금리인하폭에 대한 전망치 조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두 이벤트가 별일 없이 끝나면 다음주엔 안도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내일 금통위 회의를 무사히 넘기면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의 30~50%는 미리 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이 3.6%에서부터 매수해서 올라왔기 때문에 공격적인 포지셔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증권사 채권본부장은 "금통위 회의나 잭슨홀 미팅이나 시장은 어느 정도 준비를 끝마쳤다고 본다"며 "다만 올해 어느 정도 벌어놓았다면 굳이 앞장서서 포지셔닝할 필요는 없고, 올해 번 게 없다면 노력해봐야 할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정도 되면서 내년 포트폴리오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작년과는 달리 조달금리가 올라오지 않아 캐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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