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통화당국의 긴축 중단에 대한 일반 여론의 확신이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규제완화, 정책대출 공급확대와 맞물리면서 금융불안이 다시 점화될 수 있는 만큼 금통위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기대심리 제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추가적인 통화긴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이 재부각되지 않는 한 금통위가 추가 긴축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7월 금통위, 예상보다 강한 가계대출 우려.."이러고 인상 안하면 직무유기" 지적도
1일 공개된 지난 7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개별의견 개진 과정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시장이 새마을금고 인출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부동산·대출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주택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된 점이 우려스럽다"며 "대출태도가 완화된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질 경우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금년 들어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주로 기저효과에 기인하며 아직 기조적 물가 흐름이 목표 수준으로 안착될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며 "최근 일부 주택가격의 반등과 관련 가계대출의 증가가 다시 금융불균형의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통화정책방향 성명문이나 물가, 경기에 대한 한은의 평가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중립으로 평가된 스탠스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금통위원들의 매파색이 시장 기대보다 강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부에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금통위원들의 엄포가 실제 액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금통위가 당장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진 않겠지만 9월을 넘어 10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금리인상 없이도 추가 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금리인상 시그널을 몇 달째 계속 주고 있는데 실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대출 완화 정책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어서 한은도 난감할 것"이라면서도 "이전에는 금리인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그 리스크를 시장이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추가 인상, 더 큰 비용 물 수도.."자본유출 여부 더 중요"
하지만 시장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등 모든 여건이 추가 금리인상에 따른 실익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절대 없다며 선을 긋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경기 둔화 속도를 키울 유인은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차선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상은 금융·통화정책간 불협화음을 낳으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국내은행 운용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PF 부실이 늘고 있는데 지금은 정부가 거치 기간을 늘려주면서 어떻게든 컨트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소호흡기를 달고 가까스로 대출 이자만 내고 있는 PF 사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린다면 이후 혼란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어떻게든 문제가 터질 때마다 틀어 막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버티는 게 우선"이라며 "국내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다면 가계대출 이슈만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C외국계은행 대표는 "금통위가 가계부채를 우려한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비율을 이야기하는 게 함정"이라며 "가계대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명목 GDP가 오르면 실제로는 비율이 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고강도 충격 요법을 써서 잡아야 한다는 명분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우 금리가 빠지면 이자율스왑(IRS) 페이로 접근해야 할 듯하다"며 "반면 금리인하 프라이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경우 여전히 리시브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 문제만이 아니라 원화 가치 방어의 필요성까지 고조될 경우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성 있는 옵션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건 시장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D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지금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설비투자도 부진한 데다 추경까지 애매해져 성장을 이끌 동력이 보이지 않는 만큼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추이를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당장 여기서 자본유출입이 나타난다면 몰라도 가계대출만 보고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자본유출입이 이슈가 될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인상론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다만 현 시점에선 금리인상보다 인하가 더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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