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월23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달러/원 환율은 23일 하락 출발한 뒤 1310원 수준에서 단기 바닥 탐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간밤 역외거래에서 달러/원 NDF 1개월물은 1311원선에서 최종호가돼 현물 기준 전날 종가 대비 약 4원 하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던 환시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달러/원 1320원대 중반에 포진해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단단한 지지선이었지만 이제는 저항선으로 그 역할이 바뀌는 분위기다.
달러지수는 102선에서 103선으로 오히려 상승했고, 중국 위안화는 5개월 최고치에서는 소폭 내렸지만 약세 흐름이 꺾이진 않았다. 하지만 원화는 지난주 후반부터 달러, 위안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달러지수 상승은 작년처럼 강달러 그 자체 모멘텀이라기보다는 엔 약세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일부 매파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의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지지만,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사했듯이 긴축 종료 전망을 굳히면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따라 울고 웃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올해 금리를 50bp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경기회복 속도에 위안은 약세다. 리오프닝 기대가 과했던 건지, 그렇지 않으면 쉽게 완화되기 어려운 지정학적 리스크를 추가로 반영하는 건지, 위안은 약세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는 방향을 강세 쪽으로 선회했다. 1400원을 향한 중간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적지 않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의 결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원화가 달러, 위안과 밀접하게 움직이지 않으려면 시장 수급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최근 외인 주식 관련 수급에 시선이 한껏 쏠리고 있다.
AI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속 반도체 업황 기대가 형성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가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국내 반도체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외인들의 국내 반도체 주식 매집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인들은 최근 5거래일 동안 약 1.7조원을 사들였다.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0.4% 상승했다. 주식 관련한 외인 달러 공급이 지속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원화 강세로 인한 외인 수급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수출입 업체들은 양방향 물량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국 커스터디 물량이 어디로 실릴지가 당분간 원화 행보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인 자금 지속력과 강도를 주목할 때다.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 속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아울러 무역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역내 타이트한 외환수급 사정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원화의 추세 전환을 고려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환율은 고점 높이기 시도에서는 벗어나 박스권 하단을 향하는 흐름은 진행될 수 있다. 결국은 수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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