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2008년후 사라진 국내은행발 달러 담보 이슈..1300원 시험대도 통과할까? - Reuters News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 스텝'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에 따른 위안화 약세폭 확대,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는 이번 군사조치를 특별군사활동이라 지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달러/원 환율 1300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원 환율 상승 속도와 무관하게 안정세를 보였던 외화 자금시장의 움직임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장외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제공하는 달러 담보 추가 매입 논란의 재발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이후 완전히 달라진 외화 자금시장
달러/원 환율 급등이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며 국내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진 건 사실상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장외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적격담보물을 대부분 달러 자산으로 채워놓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자 국내 은행들이 달러 담보를 추가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일부 은행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외국계 은행들의 헤어컷 요구가 겹쳤다. 카운터파티 리스크에 직면한 국내 은행 자금부가 달러 담보를 구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장 전반의 달러 유동성 경색은 심화됐다.
2008년 이후 국내 금융당국이 달러 담보 사용을 자제하도록 요구하면서 국내 은행의 리스크 익스포저가 줄었고 이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며 단기 외화 자금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강화됐다. 이는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외화 자금시장에 나타났던 자기실현적 패닉 장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16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1250원을 위협했을 때도 외화 자금시장은 별다른 압박을 받지 않았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당시엔 국내 외화 자금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같은 혼란을 초래한 주범은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북이었다. 당시 달러/원 환율이 1270원을 넘었을 때도 국내 은행들이 달러 담보 추가 매입 압박을 받고 있는 징후는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국내 은행권 "아직 달러 담보 이슈 없어"
일단 달러/원 환율이 다시 1270원대 위로 올라선 현재 시점에 국??은행권에서 달러 담보 추가 매입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연초부터 부각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몇 개월에 거쳐 고점을 높여온 만큼 국내 은행들이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화 담보를 고수해 온 국내 은행들과 달러 담보를 고수해 온 외국계 은행 간 거래 라인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달러 자금시장의 문제가 국내 은행까지 파급되는 경로가 여전히 막혀 있기도 하다.
A 국내 은행 운용팀장은 "달러/원 환율이 예전처럼 급격하게 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며 "아무래도 시장이 레벨에 적응하면서 단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매입해야 할 달러 담보가 어느날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위기를 겪으면서 다들 내부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2008년 환율 수준은 지금과 차원이 달랐고 당시엔 키코 옵션 등 달러 담보 이슈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하우스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물려 있는 포지션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B 국내 은행 운용팀장은 "환율이 오르는 만큼 달러 담보량 자체가 증가해서 부담은 있는데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큰 이슈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맞물린 달러 가치 상승이 문제이지 달러 자산가치 급락에 따른 유동성 회수가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달러 조달 스트레스 가능성 대비해야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폭이 확대되고 양적 긴축이 진행되면서 달러 자금 조달 시장에 스트레스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평소에 아무리 달러 유동성 사정이 좋더라도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측 못할 사건이 터지면 언제 외국계 은행들이 돌변하며 배드 네임(거래 불가)을 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넘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경우 작은 충격에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C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달러 수급이라는 게 괜찮다가도 급격히 말리고 말렸다가 다시 빠르게 풀리는 식이라 예측이 쉽지 않다"며 "사실 4월 말에 배당금 지급 문제로 일부 은행이 달러를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게 FX스왑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높을 때 달러/??환율 1300원이 뚫렸을 때 시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 예상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D 외국계 은행 트레이딩 헤드는 "국내 은행들이 원화 담보 체제로 바꾸고 나서 환율이 2008년 글로벌 위기만큼 올라간 적은 없다"며 "1200원대로 올라가면 항상 며칠 안에 반락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환율이 당장 빠질 분위기가 아니며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이 뉴 노멀로 자리잡는 분위기"라며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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