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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넘치는 유동성+MMF 제도개편에 바닥 뚫린 CD금리..한은 공개시장운영 방침 바뀔까?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4. 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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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월1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하락세가 거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단기금리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직접적인 경고를 한 것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자금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데다 CD 공급과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바닥 뚫린 CD금리..제도개편·수급 변화 영향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CD금리는 전날보다 5bp 하락한 3.43%에 고시됐다. 11일 3bp 하락한 데 이어 이틀간 8bp가 떨어졌다.

시계를 4월 전체로 넓히면 지난 5일까지 3.59%를 유지했던 CD금리는 현재까지 총 16bp나 떨어졌다. 기준금리 하향 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CD금리가 단기간에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지적이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가 단기금리 하락에 대해 경고한 이후 CD금리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시장참가자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90일물 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90일물 금리는 통안채 3개월물이었지만, 현재 시장에서 91일물 대표금리가 CD인 만큼 한은이나 시장참가자들이나 금통위 이후 CD금리 낙폭이 확대된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시장참가자들은 자금시장의 유동성과 금융당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제도개편, 신용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CD금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가장 큰 부분이다. 이번주 들어 레포금리는 3.25%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기준금리(3.5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레포로 자금을 돌리려는 곳들이 늘어나다 보니 수급상 균형이 크게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신용 위축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은이 시중 자금을 여유롭게 운용해 오면서 대다수 은행 자금운용역들이 지급준비금 마감 대비를 한 방향으로 하고 있는 게 크다. 이들이 지준 마감때 적수 플러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운용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자금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A은행 자금부장은 "지난주에 은행채 3개월 금리가 3.43%에 찍히면서 CD금리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레포금리가 지금 3.25% 수준이고 콜금리는 크게 내려온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3.1%대에도 콜이나 레포로 자금 운용을 하려는 은행들이 지난부부터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CD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법인형 MMF의 시가평가제가 도입되면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요인이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의결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장부가 괴리율이 0.5% 이내일 때 장부가평가를 했던 자산운용사들은 이달부터 예외없이 시가평가를 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조치에 단서를 달았는데 MMF내 안정적 자산 비중이 30%를 초과할 경우 장부가평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정적 자산에 국공채와 CD가 포함되는데 국공채 대비 CD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MMF 운용역 입장에선 CD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B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지금 레포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해 가다 보니 3개월 이내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안전성 자산에 CD가 포함되는데 CD금리가 국고채나 통안채보다 좋으니 수요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CD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전날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높거나 낮은 수준에 CD 발행을 해 시장의 주목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했고 그 결과 91일물 CD 고시금리는 경직성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들이 CD 발행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대내외 신용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금을 길게 운용하기보다는 짧게 돌리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C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시장 전반적으로 자금을 짧게 조달해 길게 운용하는 갭핑 투자 경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들도 길게 보고 운용하기보다는 짧게 돌리는 걸 선호하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나다 보니 CD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총재 언급도 있는데 한은 방침 바뀔 수도"VS"레포시장 안정적 운영 최우선"

시장에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적으로 단기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언급한 이상 한은이 지준 상황을 여유있게 관리했던 기존 방침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부실 우려로 레포시장의 안정적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한은이 굳이 단기금리를 높이겠다고 자금을 조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D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은행 자금운용역 사이에선 지준이 무조건 플러스로 마감을 하는데 내가 왜 차입을 하느냐 하는 심리가 팽배한 듯하다"며 "결국 한은이 일정 부분 지준을 빡빡하게 관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RP 매각이나 통안계정을 통해 자금을 흡수하기보다는 통안채 3개월물 발행을 늘리는 쪽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국내은행 자금부장은 "현재 자금시장의 과잉 유동성은 신용 이벤트 사전 예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레포시장이 시장 안정의 최후의 보루인데 단기금리 잡겠다고 자금 공급을 조였다가 예전처럼 여기서 문제가 터지면 신용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단기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한도에서 노력하고는 있는데 시중 유동성이 워낙 많은 데다 다들 장기 운용이 부담스러워 단기로 피신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시장운영에서) 통안채 활용을 늘리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데 관건은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 여부"라며 "대응방안에 따른 여러 효과와 부작용 등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