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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쓰면.."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3. 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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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월1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미국 국채금리 급락 여파로 초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금리 하락 과정에서 강하게 숏포지션을 유지했던 기관들의 선택에 따라 장중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이 가져온 나비효과다. 시장의 자경단은 문제가 될 만한 곳들에 몰려가 결백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이라도 고쳐쓰면 난리가 난다. 웬만하면 자경단의 레이다에 걸리지 않는 게 살 길이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재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투자하면서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사우디국립은행 등의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은행 부문을 분리하면서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재무회계 부문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material weaknesses)’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자경단의 표적이 됐다.

이날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른 건 알 쿠다이리 사우디국립은행(SNB) 회장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지분이 10%를 초과할 수 있어 그럴 수 없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평상시였으면 그러려니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엄중한 시점에선 폭탄이었다.

결국 CS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 은행 주가가 다시 폭락하고 미국 국채수익률이 다시 폭락하는 전형적인 패닉장이 펼쳐졌다.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이 공동 성명을 통해 “필요하다면 스위스 국립은행이 크레디트 스위스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패닉이 진정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화약고다.

누구든 문제가 된다 싶으면 시장을 패닉으로 이끌 수 있는 상황이다. CS라는 리먼브러더스급 폭탄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규모가 어떻든, 어떤 금융부문이든 관계없이 패닉을 불러일으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붕괴를 가져온 이번 사태가 한 큐에 깔끔하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건 연준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시장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 움직임은 결국 물가 하방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지난 2월에 급격히 고조됐던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로 로이터통신 집계치 0.3%를 크게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도 4.6%로 전망치 5.4%보다 낮았다.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 전년 대비 4.4%를 기록해 컨센서스인 0.4%, 5.2%를 크게 하회했다.

은행 위기만 아니었다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지표였겠지만, 지금은 연준 통화긴축이 문제인 상황이 아니다 보니 다들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연준이 통화긴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 어려운 전개다.

대내외 금리 전망도 요동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달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동결에 가까운 25bp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포지셔닝이 불가피하다.

최근 국내 금리가 급하게 하락할 때 다수 기관들이 그동안 묵혀두었던 롱포지션을 정리했다. 금리 하락 장세가 재가동하면서 이들이 다시 한 번 롱포지션을 키워 나갈지, 숏을 잡았던 기관들이 커버에 나설지에 따라 장중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