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브레이크 없는 '엔저'..원화에 직접 영향 작아졌지만 우회 영향 중요 - Reuters News
- 일본 엔화가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연일 가장 조명받는 통화로 떠올랐다.
달러/엔은 3월과 4월에만 10% 가까이 급등하며 126엔대로 치솟아 200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한편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절하 속도가 엔화에 미치지 못해 엔/원 환율은 100엔당 3월 초 1072원대에서 현재 970원대로 밀려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대대적인 상승 압력을 받는 달러/엔 때문에 달러/원도 영향권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 20년 최저치로 고꾸라진 엔화 가치
미국이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예고한 데 반해 일본은 채권 매입 등 대규모 완화 정책을 고수하자 일본과 미국 간 금리 격차를 기반으로 한 캐리 트레이드가 최근 엔 약세를 촉발했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런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유가가 급등하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에너지 순수입국인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받는 외환 수급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아베 신조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대대적인 통화 완화 정책, 즉 '아베노믹스'를 펼쳤을 때보다 현재 달러/엔 수준은 높아져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최근 엔저 속도에 대해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달러/엔의 추가 상승 시도가 당장 꺾일 기미는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15일 급격한 엔화 움직임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 전반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제외하고 BOJ의 시장 개입을 비롯해 선진 7개국(G7)의 공조 개입은 엔고 저지를 위한 것이지 가파른 엔저를 막기 위해 대응한 적은 없었다.
BOJ가 지금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점에 공식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때는 2011년으로, 당시에도 일본 동북부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가파른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 엔/원 하락 '시큰둥'..강달러가 더 문제
엔/원 환율이 4년 만의 최저치로 미끄러졌지만 엔/원 수준이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재료로 활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가파른 엔화 약세와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절상 기조가 맞물려 2012-2015년 엔/원 환율이 1500원대에서 890원대까지 미끄러지던 때만 해도 엔/원에 대한 시장 관심은 지대했다. 그렇다 보니 외환당국이 달러/원이 아닌 엔/원 레벨에 대해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산 운용 측면에서 급락한 엔/원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정도이지, 원화 움직임을 직접 자극하는 변수로서의 영향력은 한층 낮아졌다.
그 이유로는 수출에 미치는 환율 영향이 이전보다 축소됐다는 사실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경제 영향 관련 보고서에서는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약세의 장점은 수출 확대보다는 기업 설비투자 증가 효과와 기업실적 개선인데,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 증가로 수출 증대 효과가 상당폭 줄어들어 긍정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일본 제조업 해외 생산 비중은 2010년 18.1%에서 2019년 23.4%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한국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또한 한국의 대일본 수출입 비중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본 수출 비중은 2011년 7.1%에서 2021년 4.7%로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한편 대일본 수입 비중은 2011년 13%에서 8.9%로 역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1년 24.2%에서 25.3%로, 수입 비중은 16.5%에서 22.5%로 모두 증가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전에는 달러/원은 달러/엔만 보던 적도 있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심 국가라는 비교가 서로 있었다"라면서 "하지만, 이후에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위안화를 보고, 위안화의 프록시 역할도 하다 보니 위안화 쪽으로 시장 관심이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엔화가 원화 자체적인 재료로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면서 "기업 측면에서의 관심도 확실히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달러/엔 움직임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엔화에 대한 관심이 아닌 글로벌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서는 원화에 있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예전처럼 엔/원 움직임 자체가 원화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달러/엔이 상승하면서 강달러를 만들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을 올리는 정?돈灌?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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