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시장은 시간이 필요하다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반영하며 변동성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달 결정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 회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역사상 두 번째 빅스텝이 예상되고 있지만 금통위원들의 의견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통화정책이 연준 정책의 종속변수라는 이 총재의 발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의 환율이 금통위원들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의 관건은 이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지 여부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 수준과 이미 파열음을 내고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단 두 달 만에 기준금리가 100bp 인상될 경우의 후폭풍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은 총재 입장에선 11월에 빅스텝을 한다고도, 하지 않는다고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다고 하면 금융불안정이 심화될 것이요, 하지 않는다고 하면 외환시장이 공격을 받으리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말을 시장참가자들이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도 어렵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향후 국내 경제의 성장 경로가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5%대 물가가 지속된다면 현재의 기조(베이비 스텝)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한은의 8월 경제전망과 상당히 수렴하는 수정치를 내놓았다. 일단 한국경제의 큰 흐름은 8월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반도체 업황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성장률 전망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빅스텝이 이뤄지는 데 대해 한은 총재는 기본 전제인 '연준의 금리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 설명할 것이다. 문제는 연준의 금리전망이 달라졌어도 환율만 견조했다면 굳이 빅스텝까지는 가지 않았으리라는 심증이다. 환율이 견조했다면 현재 경제여건하에서 빅스텝을 과연 꿈꿀 수 있었을까의 문제다.
기본 전제인 연준의 금리전망이 11월에 달라지지 않아도 또 빅스텝은 가능하다. 이젠 연준의 통화정책 이슈가 아니라도 터질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영국의 길트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주변 유럽국으로의 전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주 내에 '리먼 모먼트'가 도래해도 이상하지 않은 여건이라는 말도 나오다.
매달 변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시장에 혼선만 더할 뿐이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국내 자금, 크레딧 시장에 이상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불안감이 언제 화마가 되어 시장을 삼킬지도 알기 어렵다.
이날 금통위 회의의 관건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아니다.
시장참가자들에게 '최악의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관건이다.
물가안정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채권시장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전에 미리 약을 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할 연말까지만이라도 시간을 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3년물 금리 상단이 잡히면서 시장참가자들이 다시 레인지 인식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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