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무엇이 달라졌나? - Reuters News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급반등에 영향을 받으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음 주 국고채 10년물 입찰을 앞두고 커브 스티프닝 압력이 다소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금통위원들이 한국은행 총재의 공석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박자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 수준을 다시 자극하면서 심리와 수급의 악순환 장세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통위 기자간담회 얼굴로 나선 주상영 위원이 자타공인 '비둘기'로서의 특기를 발휘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 위원이 4월과 5월의 연속 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향후 통화정책이 성장의 하방 리스크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밝힌 것 등이 금리 하락 모멘텀을 키웠다.
다만 주 위원뿐 아니라 금통위가 향후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며 앞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균형 있게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는 주 위원의 언급 역시 금통위 전체 컨센서스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수의 금통위원이 올해 최소 1.75%까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 이상의 조정에 대해선 '그때그때'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하반기에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경우 금통위가 유연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여력도 생겼다.
오히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취임한 이후에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성장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맞춰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통위가 신임 총재 취임 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려놓자, 신임 총재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향후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대응 여력을 확보하자'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미국 금리다.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공포탄을 계속 쏘고는 있지만 4월이 지나가는 현재 소비자물가가 9%에 육박하는 미국은 정책금리가 단 25bp 인상됐을 뿐이다.
그만큼 정책 대응이 늦었고 그 늦은 정책 대응만큼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며칠간 안정되는 듯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급등한 것도 결국 연준의 늦은 정책 대응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와 한국의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연준이 적극적으로 실탄을 발사하기 시작하면 시장금리가 오히려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물가 하락세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큰 폭의 시장금리 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모든 게 행복회로다.
물가 상승세가 정말 꺾일 것이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기저효과에 더해 최근 글로벌 공급 교란 요인들이 하나둘씩 해소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긴 한다.
문제는 실적이다. 실제 물가 상승률의 궤적과 시장 컨센서스와의 괴리 등을 확인하며 한 발짝씩 내딛을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일부 안정을 찾을 요인이 충분해 보인다. 금통위가 지난 8개월간 압축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속도 조절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 대응이 늦은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노이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5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란이 다시 한 번 심리를 압박할 수 있다.
다만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 붕괴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어낸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당분간 국고채 3년물 3%를 상단으로 하는 트레이딩을 통해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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