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이럴 줄 알았지' 멘탈리티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소비자심리지수 추락과 기대인플레이션 폭등이라는 상반된 재료를 반영하며 장 초반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큰 걸 감안하면 장중 우세했던 매매 방향이 장 후반 되돌려지는 전개가 예상된다.
전날 오후 3시경 신임 금융통화위원 추천 소식이 전해진 후 채권 강세폭이 커졌다.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을 맡은 경험이 있는 금융학자다. 친정부 성향의 금통위원 발탁 소식이 장막판 채권가격 급반등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딜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전날 시장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밀릴 때 못 밀려서 밀던 사람들이 나가떨어진'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
이날 채권시장은 예상을 상회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에도 랠리를 펼쳤다. 외국인이 장 초반부터 3년 선물을 대량 매수하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1%에 근접하며 가격부담이 커지자 증권사 중심으로 조정 매물이 늘면서 약세 반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간만에 힘을 내보았는데도 장중 조정폭은 미미했다. 막판 금통위원 뉴스와 함께 가격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자 결국 국내운용역들이 못버티고 포지션을 털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물가쪽으로든 경기쪽으로든 재료는 확실히 많이 나오는데 시장을 힘껏 밀어볼 만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 기대만으로 갈 수 있는 랠리의 한계점까지는 왔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 평가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도 장 초반의 랠리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후퇴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하면 연방준비제도 정책금리는 2.25~2.50%가 되고 다음 회의에서 50bp만 인상해도 2.75~3.00%다.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커진다면 몰라도 역캐리를 감안할 때 10년물 2.7%대는 확실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의 담론 지형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하면서 가격의 '확증 편향'도 분명해지고 있다.
물가는 아무리 높게 나와도 지나간 재료로 평가하거나, 경기지표가 여전히 괜찮게 나와도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간과해버???식이다. 이러다 지난주 미국의 서비스 PMI 지표 발표때처럼 경기부진을 뒷받침하는 재료가 나오면 "이럴 줄 알았지" 하며 두 손 벌리고 환영하며 가격에 반영한다.
오늘 발표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비슷한 '멘탈리티'가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p)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전월 대비 상승 폭 모두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와 최대 기록이다. 2008년과 2011년에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은 적은 있었지만, 4.7%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게 결국 소비자물가를 후행적으로 추종한다는 점,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 흐름, 이번 발표에 7월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기대인플레이션 숫자와 관계없이 금통위가 또 한 번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재료 때문에 금리가 급등할지는 미지수다.
시장이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있는 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소비자심리지수는 86.0으로, 1개월 전보다 10.4p 하락했다. 지난 5월부터 석달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2020년 9월(80.9) 이후 1년 9개월 만에 90 아래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 구성 항목 중 경기전망 지수는 19p 하락한 50을 기록해 2008년 7월(49) 이후 최저치였다.
전날 GDP 지표에서도 확인했지만 현재 국내 성장을 이끌고 있는 건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소비 개선 효과다. 여기에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계좌에 직접 쏴준 막대한 현금이 소비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소비심리를 감안할 때 향후 국내경기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2.5%)보다 0.2%p 낮은 2.3%로 조정했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기존 전망보다 0.8%p나 하향 조정한 게 눈에 띈다.
향후 물가, 경기, 주가, 환율, 금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경기둔화라는 재료에 편향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채권 숏의 모멘텀은 확실히 떨어져 있다. 더구나 휴가 시즌으로 많은 딜러들이 자리를 비우는 가운데 이번주 국고채 입찰이 없다는 점도 수급에 큰 ?되袖?미치는 모습이다.
밀릴 때마다 매수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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