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MSCI 편입 불발, 오히려 외환시장 개편 신중하게 추진할 기회 - Reute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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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국 주식의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연례 시장 분류 리뷰 결과에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지수 편입 워치리스트에 포함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9일 발표된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 MSCI는 역외 외환시장 부재와 공매도 제한 등을 지적했던 터라 이번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1992년 한국 증시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한 이후 2008년 투자자 의견 수렴 등 선진국지수 편입에 공을 들였지만, 2014년에는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에서조차 빠졌다.
그러다가 2015년 편입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외환거래 시간 30분 연장과 외국인 투자 편의를 위한 통합계좌 제도 등을 시행했지만, 원화 환전 문제로 2016년 선진국 리뷰 리스트 편입에 실패했다.
잠시 잊혔던 이 사안은 작년 후반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것도 그간 당국이 가장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외환시장 개방 카드를 손수 꺼내 들면서 말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데 대해 적잖이 당황했다. 외환시장 개방이 이렇게 쉬운 거였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정부는 외환거래 시간 연장과 해외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 확대라는 큰 방향을 던졌고, 그러면서 시장과의 논의를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MSCI 일정에 맞춘 듯한 정부의 광폭 행보를 우려했고, 정부는 MSCI 일정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홍 전 부총리가 퇴임 전까지 뉴욕에서 MSCI 회장과 면담하며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에 열을 올리자 시장 참가자들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일정과 원화 선진화 일정이 맞춰지고 있다고 여기며 우려했다. 외환시장의 준비 과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 편입 불발이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올 만하다. 이전 정부의 선진국지수 편입 강박에서 벗어나 외환시장 선진화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이제부터 시작
윤석열 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전 정부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그대로 담았다. 결국 외환 정책에 대한 큰 방향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로 상승하는 등 불안한 흐름에 시장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시장 선진화 방향키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당국과 시장이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관련 준비를 다시 진행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여전히 시장 일부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시장 감내력을 우려하고 있다.
역외 기관에 비해 시스템이나 인력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중은행 여건, 국내 기관의 규제 역차별과 역외 기관의 규제 회피 가능성, 거래시간 연장과 전자거래 시스템 기반 거래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국내 외은 지점 인력 이탈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자거래 시스템 거래를 본격적으로 적용해 보지도 않았고, 특히 대부분 시중은행은 아직 준비 과정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원화 차입이나 스왑시장 확대 여부는 원화 안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외환시장 개방은 수년간 미뤄온 숙원과제였다. 그만큼 살펴야 할 이슈들이 많은 데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외 불안 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 외환시장이 쏠림 현상에 시달리는 데 대한 해법으로 외환당국은 시장 선진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시장 참가자를 늘리고 외환거래 기법도 다양화해서 원화의 자체적인 시장판을 키운다는 목표와 방향을 당국이 제시한 셈이다.
그렇다면 시장도 이에 대한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당국이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관들의 눈높이보다는 조금은 늦어지더라도 국내 기관의 준비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는 노력도 병행했으면 한다. 외환시장 제도를 조금씩 완화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준비하기를 반복해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선진화 과정에서 국내 기관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매번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개방 이후에도 원화 거래 중심이 국내 기관이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정부의 의도가 잘 전달되고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수긍하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외환시장 선진화가 당장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아닌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돌다리를 두드리며 진행하기를 기존 시장 참가자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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