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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7월 빅스텝 시그널 못 준 한은 총재..필요성 여부 놓고 시장도 '갑론을박'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2. 6.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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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7월 빅스텝 시그널 못 준 한은 총재..필요성 여부 놓고 시장도 '갑론을박' - Reuters News

향후 물가 상승 리스크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작 7월 50bp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분명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가운데 향후 통화당국의 행보를 놓고 채권시장참가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부 예상대로 6월 소비자물가가 6%를 넘을 경우 한은 집행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50bp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가파른 긴축 조정의 실효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빅스텝' 소극성 내비친 한은 총재

이창용 한은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 점검 설명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씩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긴 어렵고 경제 상황과 환율, 가계 이자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우리나라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보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한은의 물가안정보고서 내용과도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한은은 물가안정보고서를 통해 공급 및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소비자물가가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공식품, 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원유, 곡물 등 해외 공급요인의 영향으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국제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과 외식비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한은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통화정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5월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피크아웃(peak-out) 기대가 무너진 후 고삐풀린 물가와 코너에 물린 중앙은행들의 긴축 가속화 우려가 고조되며 글로벌 시장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저효과와 최근의 달러/원 환율 상승, 국제유가 흐름을 감안할 때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는 점은 통화당국의 선택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가 6월 6%대 물가상승률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50bp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허들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 7월 빅스텝 '시의적절'vs 실효성 의문

7월 50bp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채권시장참가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에선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의지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점에 국내 통화당국이 25bp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어중간한 결정을 내릴 경우 환율 상승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물가가 3분기까지 2% 초중반에서 움직였던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정점을 확인하기까지 미국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과도한 한미 금리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미칠 충격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시기로 7월이 적당하다는 '타이밍론'도 제기된다.

A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예전과 달리 환율이 물가의 방향을 가리키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데 중앙은행의 어정쩡한 스탠스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 상승은 다시 물가 전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 스왑커브가 빅스텝도 어느 정도 반영한 만큼 채권의 추가적인 셀오프도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통화당국이 실기하게 되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본다"며 "어떤 식으로든 물가만 잡히면 금리는 하향 안정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해외 공급발 충격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상황에 이미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해 온 국내 통화당국이 굳이 50bp 카드를 꺼내들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딧물 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국채, 통안채 수급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50bp 금리인상이 가져올 추가적인 조달금리 압박이 경제 전반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고객들이 달러/원 환율 더 가는 것 아니냐고 문의를 하는데 우리가 대외부채에 허덕이는 나라도 아니고 개인투자자나 국민연금 해외자산 투자 때문에 이렇게 된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간다고 하지만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데 여섯번 째 기준금리 인상을 25bp만 한다고 자본 유출이 심화되리라는 예상은 성급해 보인다"??말했다.

그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50bp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거래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50bp 인상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막상 실제로 인상이 이뤄지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6월 물가상승률 관건..단기물 '고난의 행군' 이어질 것

시장참가자들은 50bp 기준금리 인상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6월 물가 지표에 따라 통화당국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통화당국이 7월에 어떤 선택을 하든 대내외 물가가 잡히지 않는 이상 단기물을 중심으로 심각한 거래 경색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C국내은행 운용팀장은 "답답한 것은 한은이 밝힌 것처럼 우리 물가 상승의 대부분이 공급 측면, 해외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라며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린들 해외 요인이 잡히지 않으면 우리는 물가도 못잡고 경기침체만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당국 입장에선 점진적 금리인상은 안 먹히고 충격요법만 써야 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잡히고 스태그플레이션이 오지 않길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말 어려운 시험대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D증권사 채권본부장은 "하반기로 가면 현 정권의 지지율과 맞물리며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복잡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다"며 "통화정책 경로를 경제논리만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수급이 망가져 있는데 정책 등 막아줄 울타리가 보이질 않으니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채 등 수급이 완전히 깨져 있는데 여기서 기준금리가 50bp 추가로 오르면 20~30bp 정도는 더 반영할 것으로 보이고 단기물 시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