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월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전주말 달러지수 하락 영향으로 1290원대 초반에 출발한 후 장중 주식시장과 위안화 움직임 등에 연동하며 1280원대 후반에서 1290원대 중반 수준에 등락할 전망이다.
채권시장도 전주말 미국 국채금리 급락 여파를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국고채 3년물 기준 3.5%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장중엔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은 딱히 도비시하다고 보긴 어려웠다. 지난 1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헬렌 게일 스펠먼대 총장과의 대담에 나선 파월 의장은 "충분히 긴축 기조를 이뤘다고 확신하기엔 너무 이르며 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 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후 금리는 급락했고 달러도 약세폭을 키웠다.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서 내년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한때 60%를 넘기기도 했다.
시장이 설레발을 치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마냥 기대감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결국 경제전망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시장이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을 포함해 연준 인사들은 충분한 긴축 기조 달성의 조건으로 단순히 헤드라인 물가의 2% '터치'를 걸고 있지 않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근원 PCE를 기준으로 실질금리는 현재 2% 내외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이 2%까지 떨어지지 않아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실질금리가 오르게 되면 연준의 통화긴축은 더욱 강화된다. 이날 파월 의장이 "올 10월까지 6개월 이상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연율 2.5%를 유지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밝힌 것에 무게를 둘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의 경우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2%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라는 모호한 가이던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의 등락폭 확대 국면에 수요측 물가압력은 한결같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시장의 통화정책 전망이 들쑥날쑥한 건 결국 시장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입에 너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환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국내 통화당국이 분명한 의미의 통화정책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국내 통화당국은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골대를 조정하며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시장의 경우 한 주 전에 불과 20%였던 내년 3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60%까지 불어났다.
이번주 고용지표나 다음주 소매판매 지표 등에 따라 과도한 인하 기대감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금리 하락, 달러 약세 테마가 갑작스럽게 꺾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미국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쫓아가고 있는 한국 통화당국의 행보는 원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장기 FX스왑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드 우위 흐름은 이같은 통화정책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 특이했던 부분은 1300원대 초반대로 올라서자 네고가 급하게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10월에 타깃 레벨로 1400원을 외치던 업체들이 이제는 1300원대 초반만 돼도 마음이 급해지는 상황이 됐다.
연말까지는 레벨 상단이 두터워지며 조금씩 하단을 낮춰가는 흐름에 좀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유다.
채권시장 참가자들 입장에선 커브가 관건이다.
금통위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이어간다고 했으니 커브는 플랫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초가 되면 발행이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커브 스티프닝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말 단기자금 환매 우려로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금리 낙폭이 제한됐던 단기 구간 쪽에 슬금슬금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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