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월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데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던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매도 조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요원해진 것을 넘어 세계국채지수(WGBI)의 조기 편입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맥락없는 공매도 금지, 韓 시장접근성 판단 악영향 불가피
금융당국은 휴일이었던 지난 5일 예정에 없던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의 공매도를 막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세 차례뿐이다. 금융,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해 왔던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공매도를 완전 허용하는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국내 증시의 MSCI 편입 등이 정책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를 위한 시장 선진화 조치 중 하나로 공매도 조치 완전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뒷말도 무성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대비한 민심잡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는 정책당국의 일관성과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당장 MSCI 지수뿐 아니라 WGBI 지수 편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WGBI 지수 운용을 맡고 있는 FTSE러셀은 국가별 시장 접근성을 레벨 0~2로 구분하고 레벨 2 국가만 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이 레벨 1이었던 한국은 지난해 9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면서 향후 시장 접근성 레벨 상향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평가받게 돼 올해부터 WGBI 공식 편입이 가능한 레벨 2 국가로의 등급 상향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FTSE러셀은 국가별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자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기반이 되는 게 투자자 서베이 결과다.
당초 한국의 WGBI 지수 편입의 표면적 조건은 '외국인투자 비과세' 조치였는데 이 문제는 정부가 빠르게 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투자자 전반의 리뷰가 전제돼야 WGBI 지수 편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외환당국이 지난 2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제3자 FX' 등 외국인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조치를 적극 시행해가고 있는 것도 큰 맥락에선 WGBI 편입 가능성 제고와 연계해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공매도 조치가 한국 시장의 접근성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반적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A외국계은행 대표는 "WGBI 편입의 전제조건은 시장 접근성 개선이고 그 평가를 하는 건 시장의 사람들"이라며 "맥락없이 나온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보고 주요 투자기관들의 트레이딩헤드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면 WGBI 편입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엔 지장 없다..WGBI 조기 편입 가능성은 사라질 듯
물론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의 WGBI 편입 결정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다만 최소한 WGBI 조기 편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한국의 경우 WGBI 편입의 중요한 관문으로 평가되는 국채통합계좌 개설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예탁결제원과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이 가급적이면 내년 1분기 중에 국채통합계좌를 개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 큰 상황이다.
더구나 외국인투자자들이 당장 국채통합계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냐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국채통합계좌가 활성화될 때까지 FTSE러셀이 조금 더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다 해도 한국 정부 입장에선 할 말이 많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외환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외환시장 개선 조치들의 시행 시기가 대부분 내년 하반기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에 대한 유의미한 투자자 평가도 내년 하반기가 지나야 이뤄질 수 있다.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WGBI 편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빨라도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FTSE러셀이 내년 9월에 한국의 등급을 상향할 가능성은 50% 내외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만 이뤄진다고 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충격적인 조치가 이번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친 영향까지 감안해야 한다. 한국이 내년 중 WGBI에 조기 편입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정부가 MSCI는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WGBI의 경우 이번 조치의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FTSE러셀 담당자만 알 것"이라며 "안타까운 건 그동안 일관되게 진행됐던 시장선진화 조치의 효과가 이번 한 건으로 크게 퇴색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외환, 채권시장의 중장기 발전을 감안할 때 WGBI 편입의 효과는 결코 평가절하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시장에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조치"라고 말했다.
C외국계은행 대표는 "공매도 금지는 한국시장의 접근성을 낮추는 방향이다 보니 WGBI 편입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걸 의심할 수 없다"며 "다만 이것 때문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못 들어간다는 아니고 조기 편입이 가능했는데 이젠 원래 일정대로 가야 한다 정도일 듯 하다"고 지적했다.
D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투자자든 FTSE러셀이든 한국 정부가 언제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WGBI 편입에 긍정적이진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FTSE러셀이 한국을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편입시키기보다는 현재 추진하는 제도들이 확실히 안착하는지 확인하고 결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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