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로이터) - 금융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견조한 미국과 달리 경기침체에 직면한 유로존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보고, ECB의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최근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ECB, 연방준비제도, 영란은행이 모두 2024년 하반기에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10월 중 2년여 만의 최저치로 예상보다 더 떨어졌고, 3분기 경제가 위축돼 연말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투자자들은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끝난 것으로 확신하면서 금리 인하가 언제 시작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현재 내년 4월까지 ECB가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내년 7월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반영됐었다.
또 2024년 말까지 네 차례, 25bp씩 인하할 확률을 50% 이상 반영하는 등 내년에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믹 다르 BNY멜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제는 확실히 약화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상당히 급격하다"면서 "미국과 영국보다 유럽에서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더 많다. 시장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이 2일 금리를 동결하고 단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한 뒤 트레이더들은 완화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현재 트레이더들은 2024년 두 차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더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영란은행은 다른 나라보다 느리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의 탄력성
유로존과 달리 미국 경제는 3분기 5% 가까이 성장하며 경기침체 경고를 계속 거스르고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지표에 연준도 5월을 시작으로 내년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확대되는 등 금리 인하 베팅이 증가했다. 하지만 내년 인하 예상 횟수는 7월 말에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 한 차례 적은 것이다.
이처럼 상반된 움직임은 미국의 금리가 더 오래 더 높게 유지되리라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며, 최근 글로벌 채권 수익률 상승세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유로존의 자금 조달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 미국의 회복력
그러나 매파적 중앙은행으로 인해 몇 번이나 잘못된 판단을 내린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어 새로운 채권 매도세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정책 긴축이 끝났다는 전망으로 채권 금리는 수년래 최고치에서 하락했다. 유로존에서는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3일 6월 이후 주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피에트 크리스티안센 단스케은행 수석 애널리스트는 ECB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암울한"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를 정당화하려면 유럽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고, 매파들은 2024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ECB는 임금 성장이 여전히 견조한 한편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다고 강조한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또한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유로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거프리트 길 골드만삭스에셋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우리는 시장이 여전히 내년 ECB의 완화를 너무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내년 9월 첫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다른 이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ECB가 내수가 주도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연준을 따라 공격적으로 움직인데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주로 에너지 가격이 주도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너무 많이 인상했다는 것이다.
다리오 퍼킨스 TS롬바르드 이사는 "유럽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금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ECB가) 너무 멀리 갔다고 생각한다. 조속히 이를 바로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내년에 적어도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만큼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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