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1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반등 여파로 다시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주말 미국 국채금리 반락에도 전날 약세를 보이는 등 선제적으로 반영한 측면이 있어 이날 조정폭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변동폭이 적은 건 아닌데 시장이 뭔가 숨죽이고 있는 느낌이다.
딜러들 입장에선 일단 11월까지 크게 터지지 않고 포지션을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11월이 되면 내년 금리인하 기대 포지셔닝이 '빌드업'되면서 전반적인 수급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전쟁 전개 국면을 전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야말로 복불복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리스크 오프 국면이 와도 금리가 빠지는 방향은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속전속결로 가자지구를 장악해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개입할 명분조차 주지 않는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된 이번 지정학 재료가 사라진 후 미국 금리의 방향이다. 당장 미국의 고용지표는 견조하고 물가 지표는 아직 끈적끈적하고 기업 실적은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믿을 건 연방준비제도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이후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연준이 추가로 정책금리를 올릴 유인이 줄어들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상 불필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미국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문제는 인상이 아니라 인하라는 게 함정이다. 연말까지 '인상이냐 아니냐' 프레임이 지배하는 시장이라면 선제적인 인하 프라이싱은 그만큼 이연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수급에 구멍이 생긴 상황에서 인하 기대마저 사라지다 보니 미국 국채시장은 기댈 구석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스포트라이트를 잃어가는 와중에 미국의 견조한 지표와 셧다운 이슈가 재부각되면 미국 국채 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원화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국내 경제 지표는 둔화 추세로 들어선지 오래인데 고금리 장기화로 조만간 신용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그나마 10월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여건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단기금리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게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의 강서구 재보궐선거 참패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총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이 최악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방치할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긴축 중단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전향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야 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는 걸 한은이 방치할지, 연준처럼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에 나설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하나다.
당분간 중동발 뉴스에 따른 일희일비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큰 틀에서 바뀌는 건 많지 않다. 향후 한은이 전향적인 스탠스를 공식화하며 시장 안정에 집중할지 여부가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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