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lipping◆

(채권/전망)-최악 시나리오 직면한 韓 경제와 재정정책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8. 16. 08:35
반응형

서울, 8월1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금리 상단 인식 등이 엇갈리며 등락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상반기에 정부든 한국은행이든 경제전망의 전제는 분명했다.

하반기엔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통화긴축이 마무리되고 국내 경기도 반등한다면 물가의 하향 안정세와 맞물리며 원화 가치도 안정화되면서 모두가 '윈-윈'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8월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섰는데 한국 정책당국자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단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과 관련해 더 높은 금리는 아니더라도 '더 오래' 현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7% 오른 6964억 달러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인 0.4%를 훌쩍 넘겼다.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증가폭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이날 소매판매 발표 이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하는 미국의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5%로 올랐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9월 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을 90% 가까이로 보고 있지만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30%선으로 낮지 않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오쇼어링 정책이 고용과 임금을 지지하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연말에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지금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경기둔화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금리 정책은 예상보다 급격히 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타진되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늘며 4.5% 증가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 중국의 매출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 전반에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4월 이후 계속해서 20%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중국 당국은 관련 통계 발표를 아예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통화긴축 지속과 한미 금리차 확대가 중국발 장기 불황 우려와 맞물리며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이 이미 위험 수위에 근접해 있다 보니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다 해도 한국은행이 움직이기 쉽지 않게 됐다.

국내에선 그동안 금융당국이 우회로를 통해 은행의 빗장을 열어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붕괴를 이연하면서 소비심리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돈풀기가 사실은 위기의 이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며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우회적 유동성 공급 수단을 무작정 늘리는 데도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다.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의 손발이 묶이는 분위기에서 중국발 경기둔화 파장이 분명해지면 결국 시장의 눈길은 다시 재정정책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재정정책만 부각되는 건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미국의 시장금리는 이미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수준까지 올라왔다.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수급 우려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보니 내려갈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 경기둔화와 고금리 지속 가능성, 이미 높은 부채 수준, 전반적으로 자금시장의 수급이 조여지는 계절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신용시장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정책 부담감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 등에 유의하며 포지셔닝을 하는 시장참가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