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1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이날 1330원대 내외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은 지난 주말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장중 달러/원 환율 흐름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동향에 따라 금리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나타난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을 0.1%p씩 상회하긴 했지만 10년 금리를 10bp 가까이 끌어올릴 재료였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를 하회했을 때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확실히 시장 예상치(1350억달러)를 크게 상회한 7월 재정적자(2208억달러)와 향후 수급 부담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이견이 없다.
문제는 원화채 시장이 끌려가는 이유다.
미국과 우리는 펀더멘털과 수급 사정이 다르니 어느 시점부터는 디커플링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원화채 시장의 매수심리도 미국 못지않게 취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제유가도 국제유가지만 환율이 부담이다. 7월 중순에 1250원을 위협하던 환율이 다시 1330원에 근접했다. 향후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퍼즐인 환율이 다시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유는 하나다. 중국의 경제 위기론이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부(-)의 자산효과가 중국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인프라 투자 진작책을 쓰기엔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당국이 나서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침몰하는 사이 중국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다소 이른 패권경쟁까지 맞물리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주요 외신은 연일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전하며 위기감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 유타주에서 진행한 캠페인 리셉션에서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시한폭탄"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서구 투자자들의 시각을 바이든 대통령이 대변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장에선 여전히 한국과 중국 경제의 연관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IB들은 한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부채 위기 우려가 서구 언론에 자주 언급될수록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시각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단순히 국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라면 금리 하락 재료겠지만 원화 약세가 곁들여지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조만간 크게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달러/원 환율이 임계점 위로 상승하면 그 환율 수준이 다시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악순환 흐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부진과 원화 약세라는 통화당국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통화당국 입장에선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 미국의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안도감을 주지만 이 역시 변수가 많다 보니 낙관만 할 수도 없다.
국내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선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자칫 포지션을 잘못 잡을 경우 복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조바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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