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월1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예금 인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마을금고가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기자금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분간 은행의 차입 수요가 늘면서 RP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추가적인 신용 이벤트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 방침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 RP 조달 확대..금융당국, 은행 RP 지원 통해 채권 매도 압력 완화
복수의 은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주 후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새마을금고의 유동성 압박 해소를 위해 RP 거래를 통한 자금 조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에 시중은행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지난 7일 새마을금고와 RP 거래를 하기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이번주부터 바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했다. 하나은행 등 기존에 새마을금고와 RP 거래를 위한 약정이 체결돼 있던 곳은 바로 기일물 거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별로 1조원씩 총 5조원 정도의 RP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그동안 유동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RP 시장에서 매도자로 거래에 나설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이 새마을금고의 대출 부실과 연체율 증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예금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단기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는 고객이 자금 인출을 요구할 때 각 금고가 보유한 유동성을 먼저 사용하고 부족할 경우 상환준비금, 기타 중앙회 보유기금,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7조3천억 원에 달하고 예금자보호준비금은 2조6천억 원이다.
지난주 예금자 이탈이 거세지면서 새마을금고는 보유 채권을 3조원 가량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가 매각한 채권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2차 불안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신용시장 불안 사태 당시에도 RP 시장을 통한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을 확대하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끈 적이 있다. 당시 보험사들은 예금금리 등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존에 판매됐던 저축성 보험들이 갱신되지 않으면서 유동성 압박을 받았고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급하게 매도하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채권 거래 동향을 일별 모니터링하며 채권금리 안정을 위한 개입에 나섰다. 은행 관계자들을 소집해 RP 시장을 통한 보험사의 자금 조달에 협조하도록 사실상의 행정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작년처럼 관계자들을 직접 소집하지는 않았지만 새마을금고에 대한 RP지원 협조 요청을 해 온 만큼 확실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전면에 나서 RP지원을 담당하겠지만 향후 예금 인출 규모와 속도 등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국내은행 관계자는 "지난번처럼 금융당국이 소집한 건 아니었지만 은행을 대상으로 협조요청이 있었다"며 "새마을금고가 국고채와 통안채를 들고 있는 게 제법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마을금고에서 예금이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아무도 감을 못 잡고 있어서 채권 매도가 얼마나 더 나올지, RP로 얼마를 조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은 공개시장운용 스탠스 주목..단기금리 안정 우선시해야
시장참가자들이 또 주목하는 부분은 한은의 스탠스다.
최근 신탁 자금을 중심으로 수급이 꼬이면서 단기자금시장의 수급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새마을금고 수요 관련 불확실성으로 RP 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단기자금 운용과 관련한 한은의 스탠스 변화폭이 컸던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통안채 3개월 등 단기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한 지난 4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단기금리 하락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경고를 이어갔다. 이후 한은 실무진은 5월 통안채 3개월물 발행량을 대폭 늘리고 비정례로 28일물 통안채를 발행하며 유동성 흡수 조치를 실행했다.
하지만 한은의 스탠스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 일부 은행들이 급하게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자금 운용에 구멍이 났음이 드러났고 조달 금리는 크게 올랐다. 5월 지준마감일을 앞두고 국고채 기준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4%대로 치솟고 일부 증권사가 자금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나타났다.
시장참가자들은 신용 이벤트 확산 우려 앞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집착하지 않고 다소 여유롭게 공개시장운용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B국내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예금이 10조원 이상 빠진다고 해도 은행간 대출이나 RP로 10조원 정도까지는 조달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물론 채권 매도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금고에서 자금을 조달할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자금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부터는 한은의 역할이 중요한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아니라 금융안정 쪽에 초점을 맞춰 단기금리가 튀어오르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국내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RP 지원은 당연해 보이는데 당분간은 산업은행을 주로 활용할 듯하다"며 "산은이 주로 하다가 규모가 커지면 시중은행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탁쪽 자금이 빠지면서 RP시장 수급이 꼬이고 있는데 지준 결산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엔 한은이 유동성을 여유있게 가져간다고 확실히 이야기하고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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