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월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증가 우려로 예금 인출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채권시장에도 은행채 중심의 매물이 급증하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건전성비율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여름 휴가 시즌 이후부터 은행채 수급이 악화된 만큼 향후 새마을금고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와 맞물리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발 은행채 매물 급증..스프레드 예상밖 안정세
채권업계에 따르면 종합금융과 상호금융기관(종금상호)는 지난 사흘동안 2조5천억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매도 채권은 만기 1년~2년 구간 은행채로 집중됐다.
종금/금고 투자자에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가 포함된다. 시장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부실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대응해 보유 채권을 매도함으로써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잠정 연체율은 6.18%로 상호금융권 전체 연체율(2.42%보다) 2배 이상 높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증가세는 지난해 PF 부실 사태와 함께 예상됐던 것으로 당초 새로운 이슈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이 새마을금고의 대출 부실과 연체율 증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예금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채권시장까지 후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매물 증가에도 은행채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이다. 지난 4일 3.89%였던 AAA 은행채 1년물 금리는 6일 종가 기준 3.91%를 기록해 2bp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같은 만기 국고채 1년물 금리가 3bp 내외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신용 스프레드는 오히려 소폭 축소된 셈이다.
채권 금리가 레인지에 갇힌 채 등락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신용도도 높은 은행채 쪽으로 캐리 매수세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평가다.
▲하반기 은행 자금부 레이싱 대기..작년과 다를까
관건은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은행 자금부의 건전성비율 맞추기 경쟁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도입한 이후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LCR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30일 이내에 나타날 수 있는 순(純) 현금 유출에 대비해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고유동성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예금 만기가 집중되는 연말에 은행의 LCR 비율이 악화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이 다시 예치될 것으로 확신할 없는 은행들은 특판 예금 경쟁을 벌이거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미리 자금을 조달해 LCR 비율을 맞추곤 했다. 연말 수급이 얇은 장세에서 은행채 발행 확대는 항상 큰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도 시중은행들의 자금 조달 경쟁이 레고랜드 사태와 맞물리며 전무후무한 유동성 경색 흐름이 나타나 금융당국의 개입을 초래하기도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새마을금고가 보유채권 매도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하반기 자금조달 시즌 개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재연 가능성 낮다는 데 무게..낙관은 일러
다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난해처럼 은행채발 충격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0bp 이상 금리인상 결정을 연달아 내리며 채권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던 데 반해, 지금은 통화긴축 사이클의 후반기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최대 변수였던 환율이 올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연초만 해도 1200원에 미치지 못했던 달러/원 환율은 하반기에 1450원에 육박했다. 환율 급등은 시중은행들의 규제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은행 간 시장에선 거래당사자들이 시가평가 변화에 따라 적격담보물을 추가로 납입하지만 기업 고객에 대해서는 따로 담보 설정을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환율이 올라도 수출기업 고객들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없던 시중은행들은 외국계 은행 등 다른 스왑뱅크에는 추가로 적격담보물을 납입해야 했고 그만큼 은행의 LCR은 떨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떨어진 LCR을 채우기 위한 은행채 추가 발행 경쟁이 9월부터 이어졌고 이는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확산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올해 들어선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LCR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A은행 자금부장은 "올해 하반기에 은행 자산이 늘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데다 주택금융공사의 자산유동화증권(MBS) 매입이 시작되면 고유동성 자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며 "최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작년과 같은 특이요인도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말에 52조원 규모였던 예금담보 유동화 규모가 지금 50조원 수준으로 오히려 줄고 있고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며 "유동화 규모가 줄고 기간도 짧아지고 있는 건 은행들이 규제 비율 관리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내외 통화긴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 이벤트가 또 한 번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B국내은행 자금부장은 "은행채 금리가 4%라면 길게 보는 쪽에선 살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엔 작년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마을금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축은행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지금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금융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취약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국내은행 자금부장은 "하반기 은행채 시장의 최대 변수도 결국 미국"이라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춘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지금도 다들 롱포지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부담 속에 대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라는 믿을 구석이 사라진 것은 변수"라며 "이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아니라도 특수은행들이 다시 발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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