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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정글의 법칙'과 시장의 포지션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3. 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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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월2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전주말 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을 재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 기준 3%라는 '빅 피겨'를 가시권에 두고 경계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장중 도이치은행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움직임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최대 상업은행인 도이치뱅크가 지난 주말 뜻밖의 봉변을 당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이 142%로 유동성도 나쁘지 않고 최근 들어선 이렇다 할 구설에 휘말린 적도 없는 은행이다. 하지만 도이치뱅크의 CDS 프리미엄이 갑작스럽게 급등하면서 주가가 한때 14% 이상 폭락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도이치뱅크는 제2의 크레디트스위스가 아니다'라고 쉴드를 치면서 상황이 진정됐지만 안심은 이르다.

자산 규모가 200조원에 달하는 은행이 이미 파산했고 한때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불리던 CS가 헐값에 UBS에 넘어간 상태다. 은행을 둘러싼 신용 위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펀더멘털은 건강해'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전에 글로벌 신용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이렇다 할 익스포저 없이도, 건강한 펀더멘털에도 이유 없이 화마에 휘말렸던 한국 경제의 모습을 떠올리면 간단한 일이다.

도이치은행 사태는 신종자본증권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같은 불안감이 견고한 논리에 기반했느냐 아니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은행 신뢰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안전해 보이는 자산을 확보하고 위험이 커 보이는 자산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한 고리부터 떨어져 나가는 게 정글의 법칙이다.

정책당국은 파면 팔수록 끈질기게 딸려 나오는 불안 요인들을 하나하나 처리해가면서 시장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돈 벌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FOMO(fearing of missing out) 심리가 형성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당분간 짧은 평화와 시장의 사냥감 찾기가 패턴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통화긴축이 종료되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는 경로가 현재로선 유력해 보인다.

국내시장에도 달러 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긴 하다. 다만 FX스왑 단기물이 눌리는 걸 위기의 징후로 보는 건 성급해 보인다. 분기말을 앞두고 외화건전성 비율을 맞추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 정도로 평가해야 할 듯하다.

분명한 건 이번 금리 하락장에 포지션을 제대로 끌고 온 곳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강한 롱장이 도래했음에도 여전히 숏포지션을 정리하지 못하는 곳들도 남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롱과 숏이 손바꿈했던 만큼 '4월에는 또 모른다'고 생각하는 곳들도 있을 듯하다.

어쨌든 시장 포지션이 무겁지 않아 레벨 부담에도 숏이 강하게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워낙 빠르게 벌어진 만큼 호흡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분간 금리 하단 테스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커브 스티프너의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