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통화긴축 종료 기대와 미국 국채금리 급락 등을 반영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 기준 연중 최저치를 목전에 두고 매수, 매도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고용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연내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큰 무게를 두지 않으리라는 건 대부분 예상했을 부분이다. 지금 시장참가자들의 초점은 은행 위기가 향후 물가와 고용에 미칠 영향인데 이건 아직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파월 의장이 밝힌 대로 이번 이슈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약화시키면서 사실상 몇 번의 금리인상 효과를 낼 전망인데 이게 금리 동결을 충족시키는 정도의 영향만 줄지, 금리 인하를 불러올 정도인지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방안의 코끼리는 인하 프라이싱을 더할 것이냐 덜할 것이냐로 옮겨 갔고 당분간 이 분위기가 크게 바뀌긴 어려울 것같다.
문제는 이번 은행 사태가 일단락될 수 있느냐다.
미국의 지방 은행 위기에 더해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미국내 수 천개 은행 중 실리콘밸리은행(SVB)보다 실적이 나쁘다는 수 백개 은행들이 여전히 지뢰처럼 깔려 있다. 이번주 수요일까지 연준의 유동성 지원 기구를 통해 자금을 빌려간 곳이 지난주보다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연준이 이번에 정책금리를 25bp 인상했지만 수면 아래선 유동성을 뿌리며 열심히 물길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다음달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대기하고 있다. 시장 심리가 한 번 더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행보가 다소 염려스럽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은행 예금 모두를 보호하는 방안은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발언 하루 전 미국 은행협회(ABA) 연설에서 은행 위기 전파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강구하겠다며 은행 예금의 추가 지급보장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은행주가가 폭락하자 하루 만에 다시 발언을 톤을 바꾼다. 옐런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하원에선 "우리는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했고 이는 우리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모럴 해저드'와 위기 확산 선제적 예방론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중첩되는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당국 스탠스가 의심받는 건 상당히 불안한 조짐이다.
다만 현 시점에 한 가지 주목할 건 원화자산의 견고함이다. SVB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도 달러/원 환율의 상승폭은 미미했다. FX스왑포인트가 크게 눌리긴 했지만 이전 위기때와 비교하면 딱히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하기 어렵다.
더구나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로 금융위기의 즉각적 도래 우려가 일부 해소된 이후부터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전날 엔화 강세에 연동한 달러/원 환율 급락은 의미가 있다.
통화스왑(CRS) 시장에선 미국 은행 위기가 한창일 때도 재정거래가 강하게 유입되는 모습이 자주 관측됐다. 어제부터는 전반적으로 비드가 강하게 나오는 모습이다.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슬금슬금 비드가 나오는 건 이번 위기에서 원화자산시장이 쓸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는 증거다.
원화자산시장이 미국발 위기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리는 당분간 제 갈길을 갈 수 있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불 커브 스티프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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