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월15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예상을 소폭 상회한 1월 미국 물가상승률(CPI) 지표를 반영하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이벤트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에 장 후반으로 갈수록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월 CPI가 전년 대비 6.4%,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6%, 전월 대비 0.4% 올랐다.
로이터 조사에선 1월 CPI 상승률이 전년비 6.2%(전달 +6.5), 전월비 0.5%(+0.1%)로 예상된 바 있다.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비 5.5%(+5.7%), 전월비 0.4%(+0.4%)로 각각 추정됐다. 실적치가 모두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다.
분명히 컨센서스를 넘는 숫자이긴 한데 안도감을 느끼는 딜러들은 오히려 더 많을 듯하다.
그만큼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시장의 공포감이 컸기 때문이다.
자칫 물가 하락 추세를 의심케 하는 숫자가 나오면 고용지표 이자까지 톡톡히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담감이 그동안 시장을 압박했다. 이번 지표가 컨센서스를 상회한 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것은 중고차 가격이었다. 중고차 가격을 빼고 보면 시장의 예측치는 실적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소폭이나마 물가 하락 추세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온 셈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5월 금리인상 여부를 모색할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논리는 깨지지 않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 부문의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파월 의장의 인식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로만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더 단순해진다.
지난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안정세만 확인되면 경기에 올인하겠다는 발언을 직접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물가 안정세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남긴 하지만 국내 물가상승률이 4%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3월~4월 이후부터 정책기조 변화를 예상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연말까지 국내 물가상승률이 3%에 근접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유효하다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유지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의 경제적 파장에 대응하라고 한 건 의미가 적지 않다. 당장은 시중은행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불만의 화살을 돌리는 식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금리라는 본질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가 하향 트렌드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라면 미국이 5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든 하지 않든 국내 통화당국의 행보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채권시장은 국고채 3년물 기준 3.20~3.50% 레인지가 형성되면서 등락하는 전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환율이다.
달러/원 환율이 저점 대비 60원이나 올라온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환율이 여기서 추가로 상승하며 다시 1300원을 위협할 경우 국내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4월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후임자로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이 지명된 가운데 엔화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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