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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은 총재의 '구두 점도표' 시도가 가져온 나비효과 - Reuters

폴라리스한 2022. 12. 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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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은 총재의 '구두 점도표' 시도가 가져온 나비효과 - Reuters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1년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 회의에서 더 이상 한 해 동안 강조했던 '일시적 인플레이션'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물가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2022년 말이면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함께 내놓아 금리 인상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켰다.

당시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와 내년 각각 세 차례, 2024년 두 차례로 8번 정도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2차례 인상을 주장한 것은 5명이었다. 4차례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은 2명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열린 12월 FOMC 회의를 마친 후 복기해 보니 작년 12월 파월 의장의 말과 점도표의 전망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연준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3월 정책금리를 25bp 인상한 데 이어, 5월에 50bp, 이후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75bp, 이후 12월에 50bp를 인상했다.

경기 펀더멘털의 급격한 전환기에 통화당국은 유효한 경제 전망 능력과 정책 목표와 관련한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줘야 장기 금리와 자산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연준은 경기 판단과 통화정책 스탠스를 통해 시장에 단기금리의 향후 유력한 경로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실추된 위상을 만회하려고 '말보다 행동' 전략을 쓰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발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커지는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

지난 1년간 급격히 긴축 정책을 펴왔던 대내외 통화당국은 이제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난제 앞에 속도 조절 또는 기조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또 한 번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닥친 것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최근의 75bp 금리 인상 추세에서 이탈해 50bp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노르웨이와 멕시코, 필리핀 중앙은행도 모두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대다수 중앙은행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매파적 커뮤니케이션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번 결정을 정책 기??전환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경고도 나왔다.

통화 긴축 정책이 인플레이션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향후 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언제든 금리 인상폭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앙은행이든 금통위든 1970년대 미국의 ‘스탑 앤 고(Stop and Go)’ 학습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지금 혹시 너무 빨리 금리 인상 종결 신호를 줬다가 나중에 다시 물가가 치솟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물가가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될지, 경기 침체의 강도는 어느 정도일지 데이터로 확인이 필요하다.

▲되돌리기 어려운 '구두 점도표' 시도..향후 금통위 결정 구속 요인

이 때문에 때로는 모호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은 정책 금리 결정의 단기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키지만 지금처럼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오히려 소음이 될 여지도 커진다.

지난 11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시도한 구두 점도표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를 통해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세 명의 금통위원이 3.5%를, 두 명이 3.75%를, 한 명이 3.25%를 선호하고 있다고 소상히 밝혔다.

다만 금통위원마다 최종금리를 판단하는 전제의 조건이 다르다 보니 같은 수준을 제시했어도 통화정책과 관련한 입장에선 큰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더구나 일단 던져진 포워드 가이던스는 되돌려지기가 어렵다. 매번 금통위 회의 때마다 기자들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 컨센서스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매번 금통위 전에 위원들이 모여 서로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는 게 정례화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최종금리에 대한 구두 점도표 확인 작업이 향후 금통위원들의 유연한 사고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당장 1월엔 통화정책 결정이 이 구두 점도표에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통위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3.5%로 올려 놓고 '당분간 인상의 효과를 지켜보자'고 하고 싶을 것이다.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정책 선택지를 스스로 제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이미 3.5%를 최종 금리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5bp 추가 인상이 '사???종결'이라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동결 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사이에 어떤 정책이 장기 금리나 자산가격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키우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부분이다.

통화당국이 더 많은 정보를 시장에 던져준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구두 점도표는 금통위 회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어 통화정책 결정에 따른 '정보 충격' 정도를 키워나갈 것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결국 내년 물가와 경기 흐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당국자들이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통화 긴축 속도 조절과 매파 발언을 병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표가 하나둘씩 풀리면서 비로소 방향성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데 통화정책만 너무 명쾌해지다 보니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금통위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