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비둘기는 아니지만 성장은 문제다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장 초반의 혼란을 극복하면 장중엔 매수, 매도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든 생각이 하나 있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때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딱히 본인의 소신만 강조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딱히 이 후보자가 비둘기로 보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은의 주책무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이 후보자는 4년 후 임기를 마칠 때 자신이 그 소임에 충실했는지를 평가해달라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물가 안정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총재가 물가뿐 아니라 성장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음이 엿보였다는 점은 특기할 부분이다. 고령화에 따른 성장세 둔화가 중장기 국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우려를 여러 차례 강조한 부분은 그야말로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부분이다.
특기할 부분은 하반기 국내경제의 향방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가 의구심을 품고 있는 부분이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느냐는 질문에 "기조는 그런데 5월까지는 새 데이터가 크게 없을 것"이라며 "7월 정도까지 우크라이나 사태, 농산물 가격, 석유가격 불확실성이 있어 지금 금리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전체적인 발언 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며 앞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균형 있게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는 지난주 주 위원의 언급과 맥을 같이 한다.
이 후보자가 데이터 없이 이런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 직전까지 몸담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는데 이는 1월 수정 보고서 및 지난달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밝힌 3.0%보다 무려 0.5%P나 낮춘 수치다. IMF가 기존에 내놓았던 3.0% 성장률 전망치는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지금은 물가 쪽 리스크가 크니 초점이 물가로 기울면서 매파적 시그널을 통한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경기 리스크가 커지면 무게추가 바뀔 수밖에 없다.
어제 또 하나 주목한 부분은 이 총재가 선제적 금리 시그널을 통한 물가 안정을 강조했음에도 차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네 번 인상된 가운데 금통위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스탠스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시장이 언제나 한 발 빨리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세의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그 변곡점이 어디가 될 것이냐가 향후 시장참가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또 한 번 크게 올랐다. 이날 기준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8년 12월 이후 최고인 2.930%까지, 30년물 금리는 2019년 3월 이후 최고인 3.018%까지 상승했다.
이제 정책금리가 한 번 오른 미국에선 물가 안정만을 바라보는 연준 위원들의 직진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연준이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말까지 2.25~2.5%로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5월과 6월 연준의 두 차례 50bp 인상 사이 어느 시점이 미국 국채시장의 변곡점을 확인할 때가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미 3%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데다 이미 털릴 곳은 다 털린 상황이다. 미국 국채금리발 패닉장의 재연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국내시장은 레인지 상하단을 찾아가는 작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리라 예상한다.
오늘 시장이 크게 밀려서 시작하면 일단 매수로 접근하는 게 정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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