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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월 금통위 기자회견 주재, 주 위원이어야 했나?

폴라리스한 2022. 4. 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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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월 금통위 기자회견 주재, 주 위원이어야 했나? - Reuters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한발 늦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전환 작업을 보면서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마지막 해 커뮤니케이션에 새삼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지난 3월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00bp 오르고 시장의 정책금리 인상 전망이 요동쳤다는 건 그만큼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반면,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 시그널을 줬던 지난해 5월 이후 퇴임 전 '코로나19 완화 정책의 정상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 길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했다.

처음에 시장에선 "금통위가 금융 불균형 걱정은 해도 액션은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팽배했고 한은 집행부가 세심하게 골라낸 정책 시그널을 은근슬쩍 무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상된 후부터는 이 총재의 발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총재가 커뮤니케이션에 들인 공은 시장의 예상 수준을 넘어선다. 금통위 회의를 앞둔 시점에는 주요 당직자들과 문구 하나, 표현 하나를 놓고 세세하게 조정을 했다. 금통위 기자간담회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몇 시간을 들여 준비해 중요한 메시지가 시장에서 오인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11월에 이어 1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지난해 10월 금통위 커뮤니케이션 역시 모든 게 철저한 계산하에 이뤄졌다.

임기 만료 전에 기준금리를 1.25%까지 올리려는 이 총재의 의지와 한은 내부의 올해 2월 인상 불가론을 토대로 전례 없는 백투백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 누가 기자간담회 주재해도 대세엔 지장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오는 19일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금통위 본회의는 한은 총재 없이 진행하게 됐다. 금통위 기자간담회는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이 주재하게 됐다.

주 위원이 그동안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알려져 왔던 만큼 채권시장엔 어느 정도 '시장 안정 발언'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물론 대내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인 데다 현재 금통위 내부에 5월 기준금리 인상 기류가 거의 굳어진 만큼 4월 기자간담회에서 주 위원이 어떤 말을 하든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통화당국에 원하는 건 물가에 대한 스탠스 확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통화당국이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이어가리라는 데 대해선 그 누구도 의구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5월과 6월에 연속적으로 정책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현시점에 금통위의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주상영 발언 딜레마..한은 부총재 내세웠어야?

미국 통화정책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금리 상승 속도는 분명 빠르다. 이자율스왑(IRS) 선도금리는 1년 내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르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가 불과 얼마 전까지 올해 연말 기준금리로 1.75~2%를 내다봤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전날 호주 중앙은행(RBA)의 정책 결정 이후 나타난 원화 채권 금리의 움직임은 위태해 보일 정도다.

RBA는 이날 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1%로 동결했지만, 정책과 관련해 "인내"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해 10여 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었다. (※ 관련기사 (Full Story))

RBA의 이같은 결정은 시장의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주요국 금리 중 호주 금리만 크게 반응했다. 하지만 원화 채권 금리는 당연하다는 듯 호주 금리에 동조하면서 급등했고 국내 시장엔 '이 심연의 바닥을 알 수 없다'는 회의감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화 채권 금리의 상승은 물가 동학과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어난 국채 발행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시대의 화두가 된 현시점에도 국내에선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화채 시장의 부담요인이다. 새로 들어설 정부도 포퓰리즘 정책의 함정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 채권시장에 비관론이 커져가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지난해 원화 채권 시장을 지켰던 외국인의 매수세도 주춤한 형국이다.

금통위 입장에선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뿐 아니라 단기간에 이뤄진 과도한 시장금리 상승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면서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시장금리가 과도한 통화 긴축을 선반영하면서 움직이고 있다면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현재 시장이 원하는 발언을 주 위원이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는 데 있다. 시장 참가자들 입장에선 주 위원의 이번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개인의 소신과 금통위 컨센서스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 위원이 어떤 발언을 하든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딜레마다.

금통위가 현시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면 주 위원보다는 이승헌 한은 부총재를 기자간담회에 내세우는 게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됐으리라고 보는 이유다.

이 부총재가 금통위의 컨센서스를 대변해 중립적으로 발언할 것이라는 기대가 최소한 주 위원에 대한 기대보다는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 위원이 전면에 나서는 이번 금통위 회의는 그 시기적 중요성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나오는 표현대로 '깡통 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의 선택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