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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韓 정부, 달러 외평채 발행 11월 막차 탈까..'벤치마크 역할론' 딜레마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10. 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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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글로벌 투자자들의 북클로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에 기획재정부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는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 발행에 나설 수 있을까?

시장에선 올해 한국물 발행이 이미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어 외평채 발행에 따른 가산금리 고정 효과의 의미가 퇴색한 만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분간 대내외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지출 수요가 있다면 기재부가 외평채 발행을 더 미루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9월 초 엔화와 달러 표시 외평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700억엔(약 5억 달러) 규모의 엔화 외평채만 발행하면서 달러 외평채는 연기를 택했다. 시장에선 달러 외평채의 절대금리 수준,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 등이 발행 연기 사유로 부각됐다.

한국물 외화채권의 발행 여건은 9월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헤지펀드의 미국 국채 숏베팅이 수급을 교란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정책회의에서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4.6%에서 5.1%로 상향 조정하는 등 매파적 스탠스를 보인 영향이다. 9월 초 4%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달 초 4.88%까지 급등하면서 외화 조달 비용도 수직으로 치솟았다.

10월 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자 잠시 하향 안정되는 듯하던 미국 국채금리는 시장 컨센서스를 웃돈 미국의 생산자·소비자물가와 소비 지표 등을 반영하며 다시 상승 시동을 걸었고 최근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찍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으로 치닫는 와중에 10월도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11월 발행 역시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서히 북을 닫는 11월은 전통적으로 외화채권 발행의 비수기다. 더구나 월초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고돼 있는 데다 월중엔 추수감사절 연휴마저 끼어 있다 보니 발행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외평채 발행의 명분이 마땅치 않다.

한국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외평채 발행이 흥행을 하면 매기가 다른 국내 기관 발행물까지 옮겨가면서 한국물 전반에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기관들이 11월을 앞두고 외화 차입을 마무리한 상황이라 이제 남은 파이프라인이라곤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신한카드 정도뿐이다.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떨어지는데 벤치마크로서도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운 시점에 외평채를 발행할 경우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가뜩이나 온쇼어 조달 수요가 많았는데 더블A나 싱글A 기업들은 국내에서 조달하고 트리플A급은 밖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한 건 당국의 괜찮은 한 수였다"며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었던 외평채 발행이 미뤄진 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FOMC 직후부터 추수감사절 연휴 직전을 발행 시점으로 잡기는 너무 일정이 촉박해 보이고 추수감사절 이후에 하는 것도 상당히 부담이 있는 일정"이라며 "내년 초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11월에 외평채가 발행되면 정부가 한다고 했으니까 하는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만 가질 것"이라며 "신뢰의 문제 이야기를 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야 신뢰의 문제라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초가 되면 국내기관들의 발행이 재개되니 오히려 그때 하는 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자금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올해 달러 외평채 발행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다시 테이블에 올리고 준비하는 듯하다"라며 "올해 시장의 문이 닫히기 전에는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금 수요가 있어 올해가 가기 전에 찍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계속 기다린다고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