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1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지켜본 원화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해석은 다소 엇갈렸다. 최근 물가 상승 흐름에 대한 경계성 발언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일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그나마 중립을 지킨 커뮤니케이션이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 공급 물가 충격도 인상 명분 되나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부터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까지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포인트는 '물가 둔화 속도가 완만해 2% 상승률 목표 달성까지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지난 13일 이 총재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힌 "물가가 올해 말 3% 초반, 내년 말까지는 목표 수준에 근접하게 내려갈 것으로 보면서 정책을 하고 있다"는 발언보다 한 발 더 후퇴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미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으로 향후 물가 경로가 예상 경로에서 벗어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이 총재 발언 역시 채권 투자심리를 압박할 요인으로 꼽혔다. 그동안 유가 등 공급 요인에 따른 물가 충격을 평가절하하며 물가의 하향 안정 추세를 강조해 왔던 이 총재였기에 스탠스가 이전보다 한층 더 신중해졌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한 명의 금통위원이 유연한 정책을 주문한 것보다 다섯 명이 지속적으로 추가 긴축을 이야기하는 게 걸린다"며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는 보지만 유가와 환율이 더 오를 경우 매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 보니 통화정책 경로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사태로 물가가 경로를 벗어나면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해도 인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 기존 발언과 다소 어긋난다"며 "환율도 높고 가계부채도 높은 건 사실이니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도 간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인하 기대 흔들릴까..가격엔 인상 선반영
국내 통화당국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금리인하 기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 총재가 제시하는 3개월 점도표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현재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이 가장 유력한 포워드 가이던스일 수밖에 없는데 GDP갭이 올해 말 제로로 수렴하고 내년부터 플러스폭을 키운다면 금리인하의 논리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B증권사 채권딜러는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 지금 성장률에서도 GDP갭은 플러스가 될 수 있다"라며 "한은이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측면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편다는 총재의 기존 발언을 감안하면 GDP갭 플러스 확대와 물가 목표 도달 시점 이연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내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두 차례 선반영하고 있는 미국이나 한 차례 선반영하고 유럽과 달리 현재 원화 시장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어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선도금리계약(FRA)을 보면 현시점에서 1년이 지난 내년 9월 이후부터 기산되는 3개월간의 계약 기간에 적용되는 금리는 4.17%에 달한다. 현재 CD금리가 3.82%인 것을 감안하면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일부 선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선도금리에는 연말 자금시장 압박 등 통화정책 외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기준금리 전망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C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미국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이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인하 타이밍이 늦춰지는 건 확실해 보인다"며 "다만 금리 동결의 다음 스텝이 인상이냐 인하냐를 놓고 볼때 최소 인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왜 이렇게 한미 금리차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긴 하지만 거긴 내년 인하를 두 차례나 반영한 상황인 반면 우리는 오히려 금리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수준이고 지금 우리 경제는 추가 인상을 받아낼 체력이 안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시장에 금통위 재료 큰 도움 안돼
다수의 채권시장참가자들은 금통위 회의 결과 자체가 패닉 셀링을 추동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당분간 변동성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 불안으로 미국 국채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 금통위 이벤트가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참가자들은 '생각보다 시장 안정에 힘이 돼주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D증권사 채권본부장은 "현재 여건은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와도 뭐라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총재는 여러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한 정도여서 완화적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가 발언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오히려 간단하게 발언한 건 시장에 상처를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죽지는 마라 정도일 듯하다"고 설명했다.
E증권사 채권딜러는 "한은 총재 입장은 최대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회피 모드로 보인다"며 "미국 상황이나 물가를 따라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전반적으로 포지션은 비어있는 것 같고 커브로 보면 스티프닝이 우위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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