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1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기반 오버나잇 인덱스 스왑(Overnight Index Swap) 시장이 지난달 말 첫 거래를 개시한 후 다시 잠정휴업 상태로 접어들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체할 이자율스왑(IRS)의 준거금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KOFR OIS지만,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계절적 변동성 확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벌써부터 약점으로 부각됐다.
▲KOFR OIS, 지난달 25일 이후 추가 거래 全無..RP금리 변동성 위협적
스왑시장에 따르면 KOFR OIS 거래는 지난달 25일 이후 한 건도 추가로 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KEB하나은행과 소시에떼 제네랄(SG)은행이 1개월물 KOFR OIS 거래를 체결한 데 이어, 하나은행과 JP모건체이스은행이 또 다른 거래에 나서는 등 총 두 건의 거래가 이뤄진 바 있다.
KOFR은 익일물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금리다. 2012년 리보 조작사건 이후 세계 주요국이 무위험지표금리(RFR)를 개발하자 한국도 지난 2021년 KOFR를 선보였다. KOFR는 대체지표금리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함께 대출, 채권, 파생거래 등 금융계약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OIS는 KOFR을 준거금리로 활용하는 IRS 거래다. 현재 원화 IRS 시장의 대표 준거금리로는 CD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KOFR OIS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와 맞물리며 일부 은행이 시장 조성자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당장 9월이라는 계절 요인이 발목을 잡았다.
KOFR의 산출 기반이 되는 RP 금리엔 30일, 60일, 90일 등 기간 구조가 없기 때문에 오버나잇 금리를 복리로 계산해 가격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KOFR OIS 시장 자체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개사인 KMB가 실제 거래 없이 CD 기반 IRS에서 일정 스프레드를 차감해 고시금리를 산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OFR OIS를 거래하려는 기관 입장에선 적정 가격 수준에 대한 분명한 비교 지표 없이 소위 '감'만으로 거래가격을 설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RP금리 변동성이 제한적이라면 그나마 리스크가 줄어들 텐데 CD금리와 달리 RP는 외부 여건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움직이는 만큼 그마저 녹록지 않다.
분기말이나 연말처럼 계절적으로 자금 유출입 규모가 클 때는 RP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움직임이 반복되기도 한다.
▲ 분기말 맞아 출렁이는 RP금리..KOFR OIS 활성화 장애물 가능성
이달에도 여지없이 RP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일 장중에 RP 금리가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은 것이다. 장중 일부 증권사가 4% 넘는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조달하는 등 일부 RP 차입 기관들의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모습이 관측된 것이다.
RP 시장에 이상 기후가 감지되자 한국은행이 나섰다. 한은의 요청에 일부 은행이 3.6%로 RP 매수에 나서면서 혼란이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자금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한은의 개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등 RP시장의 자생력에 대한 의구심이 상존하고 있는 데다 금리 변동폭도 워낙 크다 보니 당장 분기말에 KOFR OIS 거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은행 운용팀장은 "다른 나라들의 무위험지표금리 수익률곡선을 그려보면 기준금리가 언제 움직였는지 보이는데 KOFR는 워낙 변동성이 커 한국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렸는지 내렸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며 "분기말에 RP금리가 많이 뛸 때는 50bp씩 움직이는데 당장 KOFR OIS 금리 산정을 CD 대비 일정 부분 스프레드로 하면 기준금리 변화와 상관없이 프라이싱이 크게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은행 운용팀장은 "CD금리는 수 십년 동안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만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은행은 신용에 기반한 자금 조달이 대부분인데 RP의 경우 증권사가 주요 자금 조달처다 보니 금리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KOFR OIS보다 RP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RP금리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KOFR OIS를 CD와 병행 사용하는 게 불가피할 듯하다"고 말했다.
▲"KOFR OIS, 거래 세팅은 해놓아야"
다만 KOFR OIS의 첫 거래가 시장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KOFR OIS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곳들이 내부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C은행 운용팀장은 "당국에서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니 일단 거래 세팅을 해야 할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며 "무위험지표금리로의 전환이 글로벌 트렌드인 만큼 이전의 코리보처럼 사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의 A은행 운용팀장은 "일부 증권사 중에 거래 세팅을 하고 거래상대방을 찾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KOFR OIS 첫 거래 이후 중개사 쪽으로 문의가 많이 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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