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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레포금리 이상 급등에 '레고랜드 트라우마' 소환..은행권 자금확보 경쟁속 한은 역할론 재등장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9.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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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월1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최근 은행채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예금담보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까지 이상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급준비금 만기가 아직 한참 남아 있는 시점인데도 시중은행들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향후 크레딧 시장 전체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P금리 이상급등에 '레고랜드 트라우마' 소환..계절 요인·심리 위축

자금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장중에 RP 금리가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 장중 일부 증권사가 4% 넘는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조달하는 등 일부 RP 차입 기관들의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모습이 관측된 것이다.

RP 시장에 이상 기후가 감지되자 한국은행이 나섰다. 한은의 요청에 일부 은행이 3.6%로 RP 매수에 나서면서 혼란이 다소 진정됐다.

지급준비금 마감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이같은 혼란이 나타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통상 지준 마감을 앞두고 RP 시장에서 주로 매수를 담당하는 은행이 적수 관리에 치중하게 되면서 RP 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그 결과로 금리가 오르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준 마감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나타난 레포금리 급등은 경우를 찾아 보기 쉽지 않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를 떠올리게 한 부분이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비율 정상화와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파생상품 담보 가치 하락 여파로 은행들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자금시장에 돈줄이 말라갔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PF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전자단기사채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그 결과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RP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다만 이번 RP금리 급등 사태는 특정 기관의 유동성 문제라기보다는 자금시장의 계절적 수급과 시장참가자들의 심리 위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고채 원리금 만기를 대비한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의 환수 조치 등 여파로 은행 자금부가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 원리금 나가는 자금들이 묶인 데다 다른 원천세들이 있다 보니 은행들이 자금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듯하다"며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은행의 한 자금부장은 "분기말을 맞아 환매 대비도 해야 하는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상황"이라며 "작년에는 금리인상기라 최종금리 수준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올해와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채권 발행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 지금은 투자자들이 금리를 높게 부르는 거지 수요가 없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화 자금 관리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전망

다만 은행권의 지준 관리가 예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로 다가가면서 은행별로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5% 내외 고금리로 유치했던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뤄질 가능성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기업 대출 확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넘겨 세수 부족분을 메울 경우 위탁운용풀에 예치돼 있던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다른 채권에 대한 수요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은행 자금부장은 "한은이 지난 주에 6조원을 시장에 지원했는데도 은행으로부터 돈이 풀리지 않고 있다"며 "원화 강세 흐름에선 기본적으로 당국이 달러를 사고 원화를 내보내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자금시장에 원화가 넘쳐났다면 작년부터 이 사정이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원화 관리가 쉽지 않게 된 데다 앞으로 외평기금까지 빠지게 되면 RP 시장은 구조적으로 빡빡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예금유동화금리가 일주일 사이에 20BP 올랐는데 은행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니 결국 통안채 발행량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은행 자금부장은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안 돌리면 끝"이라며 "작년의 경험이 준 교훈은 문제가 터지기 전에 제일 먼저 산 곳은 피를 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단채로 한전이 한 달 짜리를 4.1%에 발행하는데 다른 금리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지금 단기금리가 다 쫓아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한은의 대응이 중요해졌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