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월1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와 미국 국채금리 급락분을 반영하며 초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 역시 채권금리 하락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6월 전체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0%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수치(+4.0%)와 로이터 전망치(+3.1%)에 미치지 못했다. 전월비 상승률은 0.2%로 전월(+0.1%)보다 약간 높아졌지만 로이터 전망치(+0.3%)는 하회했다.
특히 근원 CPI 상승률이 전월비 0.2%로 2021년 8월 이후 최저치에 그치며 전월 수치(+0.4%)와 로이터 전망치(+0.3%)를 모두 하회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도 2021년 10월 이후 최저인 4.8%로, 전월 수치(+5.3%)와 로이터 전망치(+5.0%)를 밑돌았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처럼 미국 국채시장이 들썩였지만 사실 예상했던 궤적일 뿐이다.
지난해 미국의 6월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았던 만큼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6월 물가 헤드라인 역시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3% 초반 정도에서 물가상승률이 형성될 것이고 서프라이즈가 난다면 하방이라는 점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4.8%라 높다는 지적도 있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의 대부분을 주거비가 차지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중고차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향후 근원물가 하락세를 의심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지난 6월 연준이 하반기 두 차례 추가인상을 공언하면서 이같은 물가 궤적을 예상하고도 국채시장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다. 연준 입장에선 시장의 섣부른 통화완화 기대감이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걸 가장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많이 양보해서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이번 사이클이 끝나리라는 예상이 늘어난다.
하지만 하반기 물가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둔다고 한다면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시기에 총알을 쓰는 건 낭비라는 판단이 상식적이다.
지난달 스킵을 택한 연준이 6월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둔화를 확인한 후 7월에 인상을 택하는 시나리오는 뭔가 개연성이 부족하다. 견조한 고용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물가 안정화 흐름이 뚜렷해진 시점에 굳이 고용을 짓밟아버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연준이 건너뛴다면 연내 금리동결을 넘어 인하까지 바로 프라이싱될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가장 큰 두려움일 것이다. 9월부턴 더 많은 경기 둔화 신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이같은 시장의 기대를 통제해야 한다는 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한국 통화당국도 마찬가지다. 물가상승률 2%대 진입을 목전에 뒀던 5월 회의에서 금통위의 매파색은 오히려 강해졌다. 소폭의 가계대출 증가,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섣부른 완화 기대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한은 경제전망과 이 총재의 발언간에 큰 괴리를 만들었다. 솔직히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워낙 일관성이 없어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워졌을 정도다.
결과는 어땠나?
5월 금통위 회의 이후 나타난 혼란에 한은의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자.
대규모 은행채 만기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조정 가능성에 대응해 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시중자금이 빨려들어간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의 '단기 금리 과도' 발언 이후 나타난 지준 대란 이후 은행들의 타이트한 자금 운용이 전반적으로 시장을 압박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이후 나타난 새마을금고 사태가 한은의 나이브한 금융안정상황 판단 때문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현 시점엔 금통위도 어느 정도 경제전망에 부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
매파 동결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시장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이젠 금통위도 솔직해질 때가 됐다.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분명히 인정하고 앞으로 물가와 함께 경기와 금융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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