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월2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과 해외 금융기관의 직접 참여를 골자로 하는 외환제도 개선안을 추진 중인 외환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이 글로벌 행동규범과 맞지 않는 그간의 거래 관행을 살피고 관련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시장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7일 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은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 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의 주요 벤치마크 환율인 시장평균환율(MAR)과 서울시장 최종 체결가(종가)와 관련해 논의한다.
지난 2월 외환당국이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향'에 따르면 법인 외화자산ㆍ부채 평가, 국외자산 양도차익산정 및 NDF 차액정산 등에 활용되는 MAR와 유가증권이나 파생상품 등의 시가평가의 기준이 되는 환율, 현재로서는 종가 등 벤치마크 가격은 시장의 자율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외시협에서는 벤치마크 환율뿐 아니라 시장 거래를 왜곡할 수 있는 소위 '워시트레이드'와 '종가 픽싱'과 관련해서도 논의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외환당국자는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을 잘 들어보겠다"면서도 구체적인 회의 안건이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 '뜨거운 감자' 워시트레이드
글로벌 행동규범에서는 시장참가자들이 시장 기능을 교란하거나 가격 발견 과정을 방해할 의도로 거래 요청, 주문 또는 가격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의 가격, 깊이, 유동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발생시킬 수 있는 관행(wash trades)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달러/원 현물시장에서 같은 가격의 비드와 오퍼 주문을 동시에 내는 거래가 사실상 워시트레이드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참가자들 간 설왕설래가 이전부터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풀려진 거래량이 실제 시장 유동성과 괴리를 보일 수 있는 데다 자칫하면 MAR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22년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선도은행을 지정하고 이 은행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국은 선도은행 선정 기준을 달러/원 현물환시장의 양방향 거래실적으로 잡았다. 물론, 워시트레이드와 같은 외국환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은행은 제외한다고 못 박았지만,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리려 시도하는 부작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이런 가운데 워시트레이드에 관한 내부 합의와 선도은행 선정 기준 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외환시장 제도 개선 이후 선도은행 역할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종가 픽싱 논의도 포함될 듯
달러/원 환율 종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마감 부근 집중적으로 거래를 하는 행위 등은 글로벌 행동규범에 어긋난다.
고의적으로 시장 가격이나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픽싱 산출시간 직전에 매수, 매도하거나, 고객에게 불리하게 가격을 상승 또는 하락시키려는 의도로 픽싱 산출시간 중 수초 간 고객의 주문보다 큰 규모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글로벌 행동규범에는 명시하고 있다.
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문을 처리하는 시장참가자들은 특별히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픽싱 시간 전, 중 또는 후에 나누어 주문을 거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외환시장 마감 부근 투기성 거래로 추정되는 거래가 종가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와 함께 당국 역시 이에 대한 모니터링 수위를 높여왔다. 물론 종가 거래에 대해선 시장 내부적으로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외환제도 시행에 맞춰 민감한 외환거래 관행을 공론화하기로 한데 대해 시장참가자들은 의미를 두면서 이후 시장 논의 과정도 주목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이번에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사안은 기존에도 심각한 문제 사안이라는 측과 관행적이라 문제가 없다는 측으로 시장 참여자 간에도 인식 차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외환시장이 개방되고, 새로운 시장참여자가 들어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과연 기존 (거래) 현상들이 보편적 글로벌 레귤레이션 관점에서 저촉되는 게 없는지 파악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하고 그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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