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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은 총재 발언 '나비효과'와 지준 대란..'혼쭐'난 은행권 자금줄 조이나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5. 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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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월1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지급준비금 마감을 앞두고 자금시장이 홍역을 치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단기금리 하락 과도' 경고 발언 이후 이어진 일련의 자금흡수 조치들이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신용 위축 사태 이후 적수 플러스 마감이 의례화되면서 느슨해졌던 은행권의 지준 운용에 경종이 울리게 됐다.



▲지준마감일 은행 차입 경쟁 심화..레포금리 급등

한국자금중개에 따르면 지준마감일이었던 전날 국고채 기준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는 4.005%, 회사채 RP 금리는 4.05%를 기록했다. 장중 일부 증권사는 5%를 넘는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조달하는 등 일부 RP 차입 기관들의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RP 시장에서 주로 매수를 담당하는 은행이 지준 마감을 앞두고 적수 관리에 치중하는 사이 RP 시장의 수급에 불균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낯선 풍경이다.

4월 초까지만 해도 RP금리는 기준금리(3.50%)보다 크게 낮은 3.2%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신용 위축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한은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지준이 적수 플러스로 마감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자금을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당시 이 총재가 '단기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지적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은은 5월 통안채 3개월 발행량 전달보다 3조원이나 늘리고 12년 만에 28일물 통안채까지 발행하며 은행권에 지준 관리를 신중하게 해 달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다.

일부 은행들은 갑작스런 한은의 스탠스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적수 부족 가능성이 부각됐음에도 차입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은 막상 지준마감일이 다가오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급하게 자금 확보에 나섰고 조달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자금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한은이 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한은은 이날 오후 4시30분경 RP 1일물 9천억원을 매입해 급한 불을 껐다.



▲"은행권 방만한 지준 운용에 경종"VS"타이밍 안 좋아"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그동안 느슨해졌던 은행들의 지준 관리 행태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A자산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지난달부터 한은이 자금 운용을 타이트하게 하면서 이번에 자금이 말리는 모습이었는데 연말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듯싶다"며 "전에는 지준 적수 마이너스가 나도 나중에 지준 마감일 근접해 어차피 잉여로 돌 거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다들 차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보수적으로 운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은행 자금부장은 "한은이 이번에 창구관리를 하지 않고, 가진 수단을 사용해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동안에는 아무리 적수가 마이너스를 보여도 나중에 결국 남겠지 하면서 지준을 운용했는데 이번 사태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유동성 규제가 늘어나면서 지준 적립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이건 기본적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라며 "이번에 한은에 아쉬운 건 마지막에 RP 지원을 했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하루 전에 4.5%로 조달한 곳은 뭐가 되느냐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C은행 자금운용역은 "지준 부족 마감 이야기가 있다 보니 다들 차입하려고 난리였다"며 "전체 지준판의 자금이 부족해지면 아무리 개별 은행들이 준비를 한다 해도 모자라는 곳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만 해도 자금부뿐 아니라 지점간 거래도 있고 은행 영업점 지준도 있다 보니 자금 조정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은행권 전반의 자금 운용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은행들의 지준 관리가 깐깐해지면서 이번과 같은 자금시장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용시장의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은행들의 보수적인 자금 운용에 따른 파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D은행 자금부장은 "은행들이 그동안 한은만 믿고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니 한은에서 군기를 제대로 잡은 듯하다"며 "이번에 다들 말 그대로 허우적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이렇게 한 번씩 난리가 났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다들 느슨하게 해 온 경향이 있었다"며 "이런 일이 한 번 터지면 지준 관리가 확실히 바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옥석가리기가 시작되고 은행 순자본비율(NCR)이 악화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LCR 비율 상승과 맞물려 은행들이 자금줄을 조이기 시작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딱히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